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고집은 유별나다.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편이다. 바로 계간 「리토피아」 편집인 겸 주간을 맡고 있는 장종권 시인을 두고 한 말이다.

줄줄이 폐간의 길을 걷고 있는 문예지 현실 속에서 ‘자생적 담론으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계간 문예지’를 표방하며 2001년 창간한 「리토피아」의 편집인으로 국내에서 올곧은 문학담론을 펼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인천시 남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장 주간은 "지난해 겨울호 60호에 이어 호당 360면 1천∼2천 부를 발행하는 리토피아 제61호 발행을 준비 중"이라며 "세계화를 향한 한국 문학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문단의 저변 확대를 위해 수준 높은 문예지로 성장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잡지협회에 등록된 문예지 160여 종 중 「리토피아」는 다층(제주), 미네르바(서울), 시와사람(광주), 시와정신(대전) 등과 같이 문학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국내 대표 문예지로 꼽힌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 계간지 자체로는 수익을 내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을 지탱했던 3대 문예지도 폐간설이 간간이 나올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그는 2013년 지역 문예지 계간 「아라문학」도 창간했다.

「아라문학」의 발행인도 겸하고 있는 장 주간은 "한국 문학 속에서 인천을 찾고, 인천 문학을 한국화하려는 노력"이라며 "지역 문예지를 통해 인천의 원로 작가들을 모시고 인천 문단에서 능력 있는 후학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축소, 구태의연한 내용과 편집 등으로 한국 문학이 처한 위기 속에서 그는 생존 입지를 넓히기 위해 최근 다양한 활동을 시작해 진행 중이다. 창작시 보급운동과 김구용문학제 개최, ㈔문화예술소통연구소 설립 등이다.

올해 6회째를 맞고 있는 김구용문학상의 수상자로는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으로 ‘우체국장 시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남태식 시인이 선정됐다.

장 주간은 "구용 김영탁은 전쟁·전후 체험을 토대로 한 대작들을 남겼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인"이라고 소개하며 "동시대 시인들이 1930년대 시문학파나 청록파 계열의 전통 서정시를 답습하거나 서구 모더니즘을 표방한 것에 비해 김구용은 시인 이상의 계보를 이어받아 인간 실존의 문제와 그 종교적 구원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고 평가했다.

또 "묵묵히 자신의 문학적 길에 정진한 시인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이 김구용문학상의 제정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는 고(故) 구용 김영탁 시인의 제자 중 한 명이다.

시집 「꽃이 그냥 꽃인 날에」, 장편소설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등이 그의 대표 작품으로, 최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창작활동만은 포기할 수 없단다.

장종권 주간은 "작가들이 마냥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도 "지자체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없더라도 문학인들과 함께하는 삶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기 위해 몸을 바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