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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림 인천대 외래교수
2016년 새해 초부터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의 지형을 무겁고 어둡게 만들었다. 급기야 정부는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 조치하기에 이르렀고, 북과의 유일한 공식적인 소통장치마저 단절됐다.

한편, 주변국의 반대로 오랫동안 전략적 애매모호성을 유지하던 사드 배치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구소련의 붕괴로 ‘역사의 종말’을 너무 일찍 예견한 학자도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 우리의 냉혹한 현실은 냉전체제가 다시 돌아오고 마치 구한말 4강 세력들의 패권경쟁 터가 된 상황으로 역사가 되풀이되는 듯하다.

 이러한 국가위기에서 우리와 비슷한 고난의 역사와 지정학적 환경을 가진 이스라엘의 안보위기 극복 능력과 지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강대국들의 침략과 지배의 연속이었다. 그들이 이집트에서의 노예 상태를 탈출해 정착한 가나안 땅은 고대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충돌하는 군사전략 요충지로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오스만제국으로부터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순차적으로 지배받았다.

이로 인해 많은 디아스포라들이 오늘의 시리아 난민처럼 전 세계로 흩어졌다. 우리의 분단 현실과 같이 한때 통일왕국을 이뤘던 이스라엘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분열됐고, 생존을 위해 각기 다른 주변 강대국과 동맹을 맺었다.

 그러나 이러한 강대국과의 동맹에도 불구하고 북이스라엘은 아시리아에 멸망당했고, 남유다는 바빌론에 의해 정복당했다.

 이스라엘이 흩어진 디아스포라들을 모아 가나안 땅에 다시 정착해 건국을 준비한 것은 1차 대전 이후 패전국인 오스만제국의 팔레스타인 영토에 영국이 위임통치하면서부터였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우여곡절 끝에 1948년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포했다. 이때 초대 대통령인 국제적 명성의 화학자 하임 바이즈만과 초대 총리인 벤구리온이 건국의 초석을 지혜롭게 구축했다.

 놀라운 것은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어려운 건국의 초기부터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더 이상 당하지 않으려고 핵개발을 비밀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다.

이 비밀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이스라엘이 도살자에 끌려가는 무력한 양이 다시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핵폭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핵 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네게브 사막 지하에 비밀의 핵시설을 서방의 ‘선의의 묵인’ 아래 구축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NPT 위반 국가가 아니며 핵 보유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긍정도 부정(NCND)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방국가들도 모호한 입장을 표명해 마치 핵 보유의 예외인정국가처럼 돼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의 핵 보유 시도에 대해 생존방어 차원의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시리아의 핵 개발시설을 공중 폭격하는가 하면, 이란의 핵 개발처리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와 같은 민감하고 확고한 안보의식이 수차례의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승리로 이끈 바탕이 됐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자국 안보를 대신해 줄 수 없음을 이스라엘은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가 주변 강대국과 동맹해 서로 전쟁을 할 때 남유다의 한 선지자는 지도자들에게 이 땅에서 의지할 대상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경고했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김정은정권이 던져준 일련의 숙제로 주변 국가들과 유엔 안보리에서는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김정은정권이 생존권 차원으로 생각하는 핵을 전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이 북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확인했다. 이제 우리의 대응은 북의 핵이 한반도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임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누구나 평화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평화란 대가를 치르는 자에게 오는 것이다. ‘죽은 자만이 전쟁의 종식을 보았다’라는 경구가 있고,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랴’라는 시편기자의 경고가 있다. 우리가 없는 동북아 평화는 무슨 의미가 있나. 따라서 이제 이스라엘의 생존전략 해법을 배워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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