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대표
"사진공간 배다리가 사진가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판이 되길 바라요. 또 많은 분들이 사진을 통해 행복해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소가 됐으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인천시 동구 배다리 마을 헌책방 거리에 ‘사진공간 배다리’를 4년 전에 만든 이상봉 대표의 소개말이다.

사진가를 위한 공간이자 수준 높은 사진 작품을 감상하고, 올바른 사진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곳을 표방하며 세워진 인천 최초의 사진 전문 갤러리이다.

처음에는 건물의 2층에 월세를 내 40㎡ 규모의 갤러리로 운영하다가 2년 전에는 1층도 빌려 카페 겸 갤러리로 꾸몄다. 조그만 건물을 크게 손대지 않고 재활용한 공간이 근사하다. 마치 외국에서 봤던 사진 전문 갤러리 같다.

지난 22일 갤러리로 들어갔더니 외국인 관광객과 사진기를 멘 중년 사진가 두 명이 벽에 빼곡하게 걸린 사진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3월 9일까지 이곳에서 운영 중인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최병관 교수의 사진전 ‘기억을 보다’에 전시된 감각적인 작품을 보기 위해 주말이면 꽤 많은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서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유명한 고(故) 최민식 사진작가를 비롯해 마니아층을 거느린 신미식 사진작가, 일본 쿠와바라 시세이 사진작가 등의 전시전이 이곳에서 열렸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진공간 배다리의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면 재미난 구석이 많다. 우선 수준 높은 작가들의 초대전 형식의 전시가 주로 열리는데, 작가들은 의무적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와 촬영 기법 등을 설명하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천지역의 사진가나 동호인들을 위한 이 대표의 배려 중 하나이다. 또 거의 연중 내내 사진 아카데미가 열려 사진을 배우려는 이들을 돕고 있다.

정적인 사진 갤러리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가지 운동을 펼치는 것도 색다른 점이다. 단순 전시에 그치지 않고 전시용 도록이 아닌 책을 출간해 전시 작가가 저자로서도 지칭되도록 돕는 운동에다가, 인천 섬의 다양한 모습을 촬영하고 이야기를 담은 전시와 출판을 겸한 1년 6개월짜리 장기 프로젝트 ‘섬마을이야기’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이런 열성을 알아보고 사진공간 배다리와 함께하는 사진작가들이 무려 130여 명에 이른다.

사진공간 배다리의 또 다른 파트너들은 인천지역 시각장애인들이다. 지난해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 회원들이 인천 명소를 다니며 찍은 사진으로 갤러리 ‘북성동’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갤러리 ‘북성동’은 이상봉 대표가 세운 두 번째 갤러리로, 지난해 7월 중구 차이나타운에서 문을 열면서 첫 번째 작가들로 시각장애인들을 초청한 것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3년간 혜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해 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해 이제는 사진이 두 번째 인생이 된 셈이다. 정년퇴직 1년을 앞두고 갤러리 운영에 전념하기 위해 올해 명예퇴직한 이 대표의 걱정도 있다. 교사 월급으로 갤러리의 적자 운영을 메꿔 왔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봉 대표는 "갤러리 운영을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바른 사진 세계를 만나려면 이곳 사진공간 배다리를 찾아가면 된다는 작가들의 평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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