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도야, 진리탐구, 사회봉사 3가지의 창학이념을 담아 동양의 MIT를 만들어 진정한 인천의 인재를 육성하는데 힘쓰겠습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최순자(64) 인하대학교 총장의 당찬 포부다. 인하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최 총장은 요즘 인하대가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컴팩트’한 대학으로 재탄생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창학 당시 인하대는 한국의 MIT를 꿈꿨어요. 앞으로 이공계열 특성화에 힘을 쏟아 산업계 미스매치도 해결하고 인천의 탈인재 현상을 막는데 힘써야지요."

 지난해 하반기 인하대는 정부 사회 수요 선도대학(프라임사업) 공모와 대학 구조조정(안)을 놓고 학생, 교수, 대학본부 간 논쟁이 있었다. 그래도 최 총장은 인하대의 ‘특성화’는 미래 학령인구 감소 현상에 대비하려면 꼭 필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대학 특성화는 최대 3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는 프라임사업(대형)과 맞물려 진행할 예정인데요. 인하대 하면 00학과 또는 00분야로 유명하다는 말이 학생들 스스로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가 돼야 해요."

 그는 다음 달 마감하는 프라임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학이 산업계와 힘을 모아 지역 또는 국가 전체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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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사업과 대학 구조조정 문제로 내부 구성원들 사이 이견이 있었는데 현재는 어떤가.

 ▶일부 학과를 없앤다는 줄 알고 내부 구성원들이 오해를 했지만 지금은 풀었다. 난 조직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프라임사업 추진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 사회는 현재 이공계열의 일자리가 더 많다. 한동안 국내 대학들 대부분이 규모가 팽창하면서 인문사회계열 위주로 덩치가 커졌는데 인하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이 반절을 넘어서면서 인하대만의 교육 색깔을 잃었다. 현대사회에는 대학과 산업 간 미스매치로 이공계열 지원자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숙제를 인하대로서 이 시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조정 문제와 함께 해결하겠다는 거다.

 프라임사업은 융복합학과 육성과 교과과정 개편, 신입·졸업생 경쟁력 강화 등이 큰 뼈대로, 진정한 ‘인천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런티어학부대학을 출범시키고 새내기 세미나(인하역사, 전공탐색 등), 크로스오버 교과목(이공계-인문소양, 인문사회계-기초과학) 등을 선보일 것이다.

 사람도, 기업도, 학교도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인하대의 가치는 강한 공대에서 산업 현장으로 직접 뛰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있다.

 -송도신도시로 캠퍼스 이전은 조금 미룬다고 들었다.

 ▶송도신도시로 캠퍼스 이전은 어차피 매립지 안정화 단계까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현재 캠퍼스를 내실화할 생각이다. 난 지금의 인하공전 운동장 자리쯤에서 태어났는데, 이곳은 예전엔 인천의 중심이었는데 너무 낙후됐다. 수인선과 함께 ‘인천시 남구 학익동’, 이곳 원도심 발전에 힘을 먼저 쏟는 게 맞다고 본다.

 약 33만㎡ 부지의 현재 캠퍼스를 옮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데다, 현실적으로 따져 봐도 이곳에 건물을 하나 더 세우는 게 예산도 적게 들고 원도심과의 상생발전도 꾀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곧 ‘인하대역’이 개통된다. 수인선과 인연은 어떠셨는지, 캠퍼스 주변 활성화 계획을 듣고 싶다.

 ▶어려서 수인선 기찻길 따라 학교에 다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제일제당 근처에 버려진 고철과 쇳가루를 모아 공책, 연필 등 학용품으로 바꿔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앞으로 인하대역이 생기면 SK스카이뷰 단지와 주변 상권 등을 묶어 ‘젊음의 거리’를 조성해 인천의 랜드마크로 만들 생각이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다녀오셨는데 어떻게 가게 된 건가.

 ▶나사에 가 보니 400만㎡ 땅에 엄청난 연구시설에 사람이 없던데 우수한 우리 대학(원)생들을 그곳으로 보내면 긍지를 갖고 연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사의 좋은 연구환경과 우리 대학 우수 인력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항공우주 분야 특화는 인하대 출신인 나사 최상혁 박사가 먼저 ‘인하대-나사 연계’를 제안했고, 현재 워싱턴DC에 있는 나사본부 승인만을 남겨 두고 있어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나사, 에어버스 등과 함께 송도 산학협력단 건물(약 2만3천㎡)을 새로 지어 공동연구센터를 만들고 항공우주 분야 연구(교육)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것이 바로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나사에 학생들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방학 때마다 나사 연구원들을 초빙해 우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얼마나 좋습니까. 이미 이번 겨울방학 나사 연구원 2명이 인하대에서 강의를 진행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학교를 둘러보니 인사규정 변경에 대한 현수막이 내걸렸던데, 무슨 내용인가.

 ▶승진·승급에 대한 인사규정을 바꾸기로 했는데 현재 호봉(승급)만 오르고 승진이 되지 않은 교수가 50여 명 있다. 이분들 대부분 연구점수가 낮아서 그런데, 승진심사위원회를 열어 연구평가 부분의 비중을 낮춰 주고 학생들 교육을 더 하게 해 점수를 맞춰서 승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은 승진심사위에서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며 오해를 하고 있다.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를 하느냐고 반발하는 것인데, 1년에 15시간 교육하는 사람이 18시간 수업을 하면 연구평가 부분을 줄여 주고 승진을 시키는 긍정적인 제도로 바꾸려고 한다.

 -재단 소유 한진그룹과의 연계사업은 무엇인가. 또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손발을 맞추는 부분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인천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대한항공이나 한진이 인천에서 어떤 가치를 갖고 스탠스를 잡을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인하대와 한진은 동양 MIT 육성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인하대 공대는 산업 현장에 내보내는 인원들이 훨씬 많다. 서울대처럼 연구나 교수가 많이 되는 곳도 필요하지만, 직접 산업 현장에 나갈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역할을 한진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인하대가 직장인 재교육 등 평생교육도 하고 있는데 반응은 어떤가.

 ▶인천상공회의소 직장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인하대 평생교육원에서 맡아 하고 있는데 자동차 분야 등 강점이 있는 교육을 여러 군데에서 선호하고 신뢰하고 있어 확대하려 한다. 또한 인천의 특성화고 26곳, 마이스터고 2곳 등 28개 고교 졸업생들의 60~70%가 취업을 하게 되는데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널리 알려 이들 학생을 유치하고 인천의 인재로 키워 내는 게 목표다.

 -희망준비단장(유정복 시장 인수위)을 맡았었는데 현재 시정에 대해서 한말씀해 달라.

 ▶학교도 나라 살림도 그렇고 백성의 배를 불리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의 경제가 시장의 가장 큰 발목이고, 인하대 또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송도신도시 등 부동산이 팔리면서 괜찮았는데 다시 얼어붙으면서 어떨지 모르겠다. 인천 가치 창조 공동의 장으로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데 인천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좋지만 대학을 맡은 교육자로서는 인천시를 통해 배출되는 인재 육성 교육에 더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산업이 교육과 내포되면 좋을 것 같다. 시와 교육청, 그리고 인천의 대학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인하대는 기숙사가 부족한 편인데 해결책이 있나.

 ▶기숙사에 사는 학생이 11%밖에 안 된다. 건물 1∼2개만 늘려서 20% 정도로만 올려도 좋은데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올해 인천 출신 학생이 21.3%, 비수도권 지역에서 38%의 학생들이 왔다. 사실 인천과 비수도권 학생들이 성적, 취업률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기숙사를 더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양과학과 육성이 인천의 가치 재창조와 잘 어울리는데 계획이 있는가.

 ▶해양과학과와 씨그랜트 사업은 자연과학대에서 가장 잘나가는 교육과 사업이다. 화성에서 잘하고 있는데 인천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게 항상 아쉬웠다. 경기도는 해양과학 관련 예산이 잘 배정되는데 인천은 좀 부족한 것 같다. 씨그랜트 사업을 위한 인프라는 인천이 낫지만 예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 해양과학과는 연구실적도 좋고 할 일도 많아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계속 활성화시킬 생각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 인하대(IUT) 1년 성과는.

 ▶진정한 교육 수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인하대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IUT에 전수해주고 일정 비율의 로얄티를 받는다. 과거 소련 연방에서 체제전환한 우즈베크는 아직 외환거래가 통제되고 있고, 최근의 경제난으로 달러가 많지 않아 학교운영비의 일부만 학생이 내고 나머지는 우즈베크 정부가 국영기업 등에서 ¾을 받아 직접 인하대로 송금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이 많지만, 우즈베크 경제에서는 국영기업이 비중이 높다. IUT 운영과정에서 국내 교육제도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 운영상의 애로가 컸는데, 최근 교육부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또 우즈베크 대통령이 인하대 총장 이름으로 학위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부분도 교육부에서 확답을 못 주고 있다가 기재부 무역투자회의에서 대통령 어젠다에 들어가니까 해결해 줬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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