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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간호사가 돼 병원에서 환자를 보면서 너무 힘들어하고 결국에는 그만두는 졸업생들이 많다.

힘들게 공부해서 병원에 취업했는데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동료와 잘 지내지 못하고 갈등이 있어서 혹은 왕따를 당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경우,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워서 혹은 환자나 보호자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근무하고 싶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환자나 보호자가 주는 스트레스는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지속적이지 않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가 자신을 간호하는 간호사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고 당연히 환자의 스트레스 받이로 취급하는 경우 인내할 수 있는 역치는 한계가 있다.

 종종 응급실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다급하다고 느끼고 의료진은 마음만큼 빨리 대처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고성이 오가는 일이 있으나 이는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고, 수위를 넘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 이를 경험하는 의료진들끼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한 의논 아닌 의논도 한다고 한다.

 어쨌든 근무지의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이직을 하는 간호사들의 95%가 일반간호사이며 오래 근무하지 않은 간호사라는 사실은 아직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근무자들이 이직을 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예’와 ‘아니오’가 함께 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메르스에 감염됐던 가장 많은 의료진은 간호사였다. 다음이 의사였는데, 환자를 최일선에서 자주 보는 연령층의 의료진이었다.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은 공통적으로 젊었다. 이는 최일선에서 환자를 자주 접촉하는 간호사는 젊다는 것이며, 환자가 위험할수록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환경에 노출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즉, 젊은 간호사는 경험이 적으면서 가장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환경적으로도 그들이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 있는 경우, 환자와 보호자의 정도를 넘어선 요구와 폭언 등은 간호사의 이직을 부추긴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는 당장 해결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문제가 있든지 혹은 만성적으로 심신이 간헐적으로 괴로움을 당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는 대상자들이다.

 이들 역시 심신이 매우 예민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이에 대한 화풀이를 의료진에게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안 돼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에게만 환자를 대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고, 환자는 간호사에게 대하는 의무는 없어도 되는 것일까? 물론 이런 상황은 병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돈을 지불하고 지불한 대가만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장에서는 모두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신체적으로 힘든 상태에서는 좀 더 격한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례하고 상대방에 대한 폭언과 명령을 일삼을 때 우리 사회는 더 여유가 없고 건조하게 그리고 각박하게 변해 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각박하게 변하고 여유가 없어지는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이 조금이나마 근로자들의 그만두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막아 주고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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