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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성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양모(74)씨는 최근 가족들과 의사소통에 잦은 문제를 겪어 가족들의 권유로 이비인후과에 내원했다. 본인은 스스로 잘 듣고 있다고 말했지만, 동반한 가족들은 부친이 말을 잘 못 알아듣고, TV도 혼자 크게 들어서 함께 생활하는 데 많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청력검사 결과 중등도의 청력장애를 가진 노인성 난청이 확인됐다.

소리의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겨 청력이 저하된 상태를 난청이라고 정의하지만, 난청을 단순히 소리를 잘 못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에게 있어 청각은 단순히 소리를 감지하는 것을 넘어 말소리를 알아듣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 난청인들은 통상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대화 속 단어를 놓치고 추측해 알아듣는 경향이 있고, 나중에는 인간관계에 큰 오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난청은 개인의 생리적 기능 및 사회 기능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유소아는 청력장애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진단 및 치료가 늦어지면 언어발달, 정신발달, 학습장애 및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성인 난청의 경우 일상생활, 직장,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성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증가하는 노인성 난청은 말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고 초인종 소리, 전화벨 소리 등의 고주파 소리를 듣기 어려우며,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의 심한 난청은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난청은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어 초기에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난청의 치료는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정도, 유형에 따라 다양하지만 연령 증가와 함께 진행되는 노인성 난청의 경우 소리를 감지하는 기관인 달팽이관의 노화에 의한 감각신경성 난청이므로 약물과 수술로 청력이 좋아지기는 어렵고, 대신 소리를 증폭해 주는 보청기 사용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일반적인 귀에 끼우는 보청기가 널리 사용되고, 최근에는 이식형 보청기가 발달해 더 좋은 청력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들은 시력이 안 좋으면 안경을 착용하면서도 청력이 떨어지면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보청기로 청력 개선 및 재활이 가능하다면 안경을 착용하듯이 적극적으로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보청기 역시 안경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써야 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춰 착용해야 청력을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난청의 원인 및 종류에 따른 적절한 보청기 처방이 필수적이다.

보청기의 적절한 착용을 위해서는 우선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 후 이비인후과 전문의에 의해 적절한 보청기 처방이 가능한 환경에서 구입해야 한다.

 보청기를 맞췄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도록 보청기의 조절과 지속적인 소리조절(Fitting)을 제공받아야 편안한 보청기 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청력검사를 하고, 필요하면 보청기 소리조절을 반복해야 최적의 청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강한 보청기를 사용해도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심한 난청이 있는 경우엔 달팽이관 속에 인공 장기를 넣고 청각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이를 뇌에서 소리로 감지하게 하는 인공와우 이식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이식형 보청기는 기존 보청기의 지속적인 착용이 어렵거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인공와우 이식술이 필요할 정도로 청각신경이 손상되지 않은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보청기를 귓속 소리뼈에 부착해 소리뼈에서 진동이 잘 생기도록 만들어 소리가 일반 보청기보다 더 잘 들리게 하며, 이명의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청력은 의사소통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난청은 개인의 불편을 넘어 남과의 관계와 연관된 문제이므로 방치하면 점차 인간관계, 심지어는 가족관계를 포함해 사회생활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인간의 오감 중 현대의학을 활용해 가장 다양하고 우수한 개선을 보일 수 있는 감각이 바로 청력이다. 따라서 본인 또는 가족의 난청이 의심될 경우 적극적인 진료를 받고 전향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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