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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
인류사에서 도시환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시기는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인구의 도시 집중은 상하수도, 쓰레기 및 분뇨, 주택, 도로 및 공원, 대기 분야에서 많은 문제점을 초래했다. 그에 따라 도시환경 문제가 국가 및 지방정부의 중요한 정책과제로 다뤄지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심화됐다. 선진산업국들은 대량생산에 따른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누렸다. 도시민들은 소득 증가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깨끗한 공기와 물 , 쾌적한 주거환경을 요구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이 소중하다는 환경주의(Environmentalism)가 탄생하게 됐다.

 초기 환경주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같은 시각적인 대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환경과학의 발전은 살충제 DDT와 같은 새로운 환경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의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이러한 환경주의는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따라 환경비관론(Eco-Pessimism)과 낙관론(Eco-Optimism)으로 양분돼 있다. 지금도 대립과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먼저 환경비관론은 현재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학기술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 환경은 암울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비관론자들은 산업화 및 개발산업 반대, 반핵 등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운동으로 그들의 뜻을 표출하고 있다. 그 연원을 굳이 따진다면 20세기 환경주의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레이첼 칼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1962)을 비롯한 폰 에틀리의 「인구폭발」(1968),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1972), 에른스트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1973),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2009) 등을 들 수 있다.

 「침묵의 봄」은 극소량의 농약이 생태계 파괴와 궁극적으로 인류와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인구폭발」은 맬서스의 「인구론」(1798)에 근거해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가까운 장래에 수십억 명이 굶어 죽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성장의 한계」에서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인구 증가, 자원 고갈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성찰과 반성으로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낙관론자들은 과학자와 공학자를 중심으로 환경문제가 해결 가능하다는 강한 믿음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환경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만들어 냈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환경오염과 파괴가 자연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부단히 개발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의 중론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환경단체들은 비관론에 많이 치우쳐 있다고 본다. 비관론자들은 환경운동을 전개하면서 정치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초 미국·영국·일본에서는 비관론에 기초한 환경단체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의 왕성한 활동에 힘입어 자연 파괴를 막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에 힘입어 많은 정부 정책 수립과 규제 제정 성과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과학과 기술,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자연보호와 쾌적한 생활환경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제정에 있어 그들의 환경과학과 기술개발, 환경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비관론과 낙관론은 환경문제 대한 인식과 해결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히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인류의 번영을 위해 비관론과 낙관론의 적절한 조화, 즉 중용(中庸)의 덕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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