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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정이 그립다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장(전 인천시교육위원회 의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6년 03월 07일 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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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장
천직인 교육 현장을 벗어나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제자를 자주 만나기도 하고, 또 다른 사회 후배를 만나 자주 식사도 하면서 세상 사는 멘토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더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홀가분히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대화 가운데 그런대로 잘 지내는 후배친구가 "세상 사는 게 만만치 않고 자꾸 겁이 난다"고 한다. 무엇이 가장 두렵냐고 물었더니 엉뚱하게도 "자주 마주하는 친구가 어렵고, 더욱이 속을 주고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정한 벗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물론 친구로서 마음을 주고 베풀면서 다가가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해봤다. 하나 "아는 친구는 많지만 진정한 벗을 찾기 힘들다"는 그의 고백에서 어쩌면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사람 됨됨이, 오랜 친교기간, 어쩔 수 없이 묶여진 각종 조직보다 손익계산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조건을 보고 서로 친구를 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경제력, 직장, 직위, 학연, 지연 같은 것을 따지고 이제까지 가깝게 지내던 친한 친구보다도 살면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본능적 보호책으로 가까이 하는 교제도 있게 된다.

 실제로 어쩔 수 없이 불이익 받지 않고 보다 나은 자리를 위해 선거 때면 줄서기로 얼굴 내밀고 양쪽에 적당히 선을 대놓고 결정적인 때에 등을 돌리거나, 처음부터 보이지 않게 선을 대놓고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연수지역에 영향력 있는 자칭 어른은 낮에는 당시 선출직 시장과 구청장을 지지하는 선거 통화를 하고, 저녁에는 또 다른 상대당 후보를 후원한다고 지지 선거운동을 하며, 또 다른 유력자 상대당 공천후보에게는 정치후원금을 성원하면서 누가 당선되든 모임 자리를 만들어 가장 먼저 축하 세리머니를 연출한다.

그렇게 서로 교제하게 되니 진심을 열어 놓고 서로의 건강, 가정살이에서 자녀에 대해 가슴을 열고 감싸 주던 대화는 사라지고, 이권 개입이나 또 다른 자리, 도와준 데 대한 요구 같은 것이 대화를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을 여유롭게, 외롭지 않게 살아가려면 좋은 말벗·글벗 같은 취미의 동료 벗, 등산과 같은 운동 벗, 그림 그리기나 악기를 같이 다루는 벗, 함께 훌쩍 떠나 걷거나 여행할 수 있는 벗을 만나야 한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 살아온 길에 따라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고, 사는 곳에 따라 친구의 품을 수 있는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은 거짓 없는 진실과 진심을 함께 할 수 있을 때 친구로서의 마음을 줄 수 있다.

 재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지위와 직책이 어떠한지,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몇㎡에 사는지, 굴리고 있는 자동차 배기량 따위는 진정한 친구의 조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진정한 친구는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슬픔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친구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어려운 일을 함께 희생적으로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가 아쉽다.

과거 선거랍시고 어렵게 교육계 선거운동을 할 때 중·고 동기동창 친구의 집사람이 시한부 암 선고를 받고 치료 중 "내가 머리를 깎고 입원해 몰골이 나빠지기 전에…"하면서 같은 동네 10여 명의 지지자를 주선하면서 자리를 같이 한 진한 우정은 지금도 가슴을 저민다.

그분은 그해를 넘기고 못했, 그 친구도 당시 신장 투석 중이었다. 선거 게임에서 패배한 친구를 감싸다 당선인에게서 지천을 받는 고마운 친구인 대학동기도 있기에 더욱 미안할 뿐이다.

 물론 같이 어울리면서도 컴퓨터적 손익계산으로 자신의 몫을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친구도 있지만, 이젠 모두 있는 그대로 모른 척 지내는 것이 더 아름답게 보는 연식(年式)이기에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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