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기록을 남기는 사진가, 이게 저의 초심입니다."

김보섭(61)사진작가가 니콘카메라의 마지막 수동 기종인 FM3를 들고 지난 3일 집을 나서기 전 잠깐 짬을 내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천 신포동 멋쟁이로 불렸던 한 선배가 미국 알래스카에서 귀국해 근황도 오래간만에 들어보고 변한 모습도 담아낼 작정으로 마음이 설렌다는 표정이다.

김보섭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다. 사진에 매료돼 거의 독학으로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길을 걸어온 지역 대표 사진가로 불린다. "변하는 사물도 흔적이나 뿌리는 남아 있는 법,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기 위해서도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도 사진을 찍을 뿐입니다."

그의 사진은 인천의 역사다. 그의 작품은 사라진 것에 대한 대답 내지 오마주(Hommage, 경의·존경)이다. 인천 차이나타운(1995년), 시간의 흔적(2010년), 양키시장(2013년)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한 그의 사진기록은 이런 찬사를 받아 오고 있다. "지금은 번화한 차이나타운이지만 중국 식당이라곤 한 곳만 있던 때 화교 1세대들을 있는 그대로 찍어 선보인 전시회를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수와 감흥을 느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지. 지금껏 5번 전시를 개최했는데 또 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작가로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그의 호기심과 감수성은 유별나다.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이미지 기록들이지만 열정과 호기심으로 촬영된 사진들이라는 점을 그의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 화교들의 삶을 사진에 담아내다 그들의 선조들이 살고 있는 중국 산둥(山東)성까지 1995년에 가게 됐어요. 당시 카메라를 처음 본 중국인들에게 후한 환대를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그의 사진은 대부분 흑백이다. 물론 컬러 사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간의 흔적을 담기에 제격입니다. 인천 섬과 바다를 촬영할 때 안개·비가 오는 운치 있는 날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 날씨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과거로의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에요. 촬영된 사진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시작하고, 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품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최근 인천의 섬과 바다 등을 자주 찾아 떠난다. "지역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서죠. 인천의 과거·현재를 모두 머금고 있는 북성포구에 한 번 가 보면 좋아요. 이곳을 그대로 남겨 둬 문화지역으로 재탄생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 많이 찾는 편이죠." 30여 년 동안 지속된 ‘사진·인천 사랑’의 원동력이 궁금해 물었다. "한 번 사진 여행을 시작하면 감동이 있는 작품을 담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일 뿐입니다."

그는 1983년 동아일보사 주최 동아미술제 사진부문 대상을 받았던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작품을 망라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오는 4월 개최할 예정이란다.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차근차근 그 흔적을 찾아 담아낸 ‘동네 사진가’로 불리길 원하는 김보섭 작가의 열정과 집념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시회로 사뭇 기대된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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