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우리 교육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혼미를 거듭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도 이렇다할 뾰족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중앙과 지방의 여성단체장과 여성부 정책자문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교육문제는 결코 방임하지 않을 것이며 계획을 잘 세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풀어 나가겠다고 밝히고 사교육비 문제는 자신의 임기내에 해결이 안 될 경우 다음 대라도 뭔가 해결되도록 가닥을 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 놓는 사회에선 과외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대학 서열화를 극복해 다양화, 특성화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입시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일류대학을 졸업해야만 대접받는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일류대학에 들어가려 하고 일류대학의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려면 학교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학부모들의 생각이어서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에게 과외를 시키려고 한다. 대기업체가 신입사원 채용시 출신대학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매기는 일이 버젓이 이루어질 만큼 학벌주의가 엄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일생을 좌우하는 사생결단의 시험이며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학벌주의에 따른 과도한 교육열과 배타적 경쟁의식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공교육 위기와 사교육비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공교육을 바로 잡고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문제의 본질은 제쳐두고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면 누가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공부에 매달리겠는가. 경쟁이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하나 모든 학생이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모순된 사회구조는 타파돼야 한다. 고교졸업생과 대학졸업생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학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대우를 받는 건전한 사회풍토를 만드는 일이 최우선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들을 전적으로 교육제도나 정책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본다. 대학간 격차를 줄이고 학벌구조를 깨는 근본대책을 강구하는 일에 교육당국과 학교, 학부모가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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