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옹진군 백령도가 요즘 용기포항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환경훼손 논란에 휩싸여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민들은 엊그제 진촌리에서 용기포구 건설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를 갖고 주민숙원인 용기포항 개발을 생태계 변화와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경인지방환경청을 규탄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백령도 용기포항 개발은 인천해수청이 지난해부터 2011년까지 3천t급 카페리호가 접안할 수 있는 전천후 부두 1개 선석을 비롯해 500t급 부두 2선석, 관리부두 4선석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환경평가원에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했고 항만이 건설되면 인근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사곶천연비행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온 것이다. 환경평가원은 부두를 건설하기 위해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방파제를 세우면 해안 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부두와 사곶비행장을 적어도 1km 이상 떨어지게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준설토투기장 규모도 최소화하고 카페리와 일반 여객선이 접안하는 선석의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용기포항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에 따라 인천해수청은 올해 확보한 예산을 반납하고 건설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데 있고 인천해수청 우려대로 사업착수도 못한 채 예산을 반납하면 추후 예산확보가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처럼 용기포항 건설 자체가 무산될 위기라는 소식에 백령도 주민들이 궐기하고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주지하다시피 사곶천연비행장은 세계적으로 두곳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의 귀중한 자산으로 길이 보전해야할 천연기념물이다. 가뜩이나 최근들어 백령도 일대가 개발되면서 훼손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용기포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더욱 훼손돼 천연기념물로서의 위상이 상실된다면 이는 전적으로 우리들 책임이다. 그렇다고 백령도 주민들의 지역개발 여망을 외면할 수도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백령도의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을 새삼 논하지 않더라도 주민정서를 깊이 헤아려야 하며 정치 사회적 중요도 역시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남북화해시대와 동북아시대에 백령도의 지평은 넓디넓다고 하겠다. 따라서 백령주민자치위원장이 희망하듯 관계기관들이 충분히 협의해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면서 용기포항 건설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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