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번영의 조건
에드먼드 펠프스/열린책들/576쪽/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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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좋은 자본주의는 가능하다. 단 이를 위해 무엇이 좋은 삶이고 무엇이 정의로운 경제를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문제를 파악해 핵심 가치를 되살리면 다시 자본주의가 번영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에드먼드 펠프스(Edmund Phelps)교수의 말이다.

마치 자본주의 예찬론처럼 들리지만 사실 펠프스 교수는 자본주의가 최선의 체제라고 이 책에서 말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인정한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체제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사회주의나 유럽식 코포라티즘(Corporatismㆍ조합주의)이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200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경제학자답게 먼저 번영의 기원을 상업 자본주의로부터 출발한 근대 경제에서 찾는다. 19세기 초 경제적 번영은 평범한 개인들의 무수히 많은 작은 혁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를 ‘자생적 혁신’이라고 일컬으며, 각각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려고 시도할 때 경제가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분배 정의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본에 대해서도 칼을 겨눈다. 펠프스는 주식이나 투기를 통해 수십억 원씩 버는 사람들을 예로 들며 ‘돈에 대한 탐욕’이나 ‘소수에 의한 부의 지배’ 등이 지나치다고 본다. 이런 좋지 못한 사회 풍조는 자생적 혁신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 불황과 빈부 격차, 일자리 부족 등 근대 경제가 노출한 문제로 인해 사회주의와 코포라티즘 등이 등장하지만 공동체와 국가를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가치관을 강조하면서 근대 경제의 기반이 되는 혁신의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저자는 자본주의 문제나 경제 후퇴의 원인을 이렇게 외부적인 것에서 찾는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그가 한 말을 보면 정부의 실패로 본다. 12쪽에 소개된 내용이다. "정부는 빈곤층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좋은 삶의 주요 요소인 근대 경제의 이익을 배분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이는 근대 경제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잘못일 것이다."

펠프스는 경제적 분석과 함께 철학적·윤리적인 관점에서 ‘좋은 삶’과 ‘정의로운 경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국가의 번영이란 단순히 경제적 풍요를 뜻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다수의 개인들이 도전하고 모험하며, 일로부터 만족을 얻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번영이다"라는 말이 이어진다.

「대번영의 조건」은 21세기 인본적 시장경제와 복지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야수적 자본주의와 무지한 복지주의로부터 중산층을 구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붕괴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펠프스 교수가 쓴 또 다른 저서 「중산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1999)」와 맥을 같이 한다.

주장 내용이 거침 없고 논리 정연하다. 하지만 경제체제 우월론에서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대번영의 조건」과 함께 정의로운 경제를 강조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쓴 책 「왜 분노해야 하는가(2015)」를 함께 읽어 보면 독자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젊은 명의들    
김태열/북마크/352쪽/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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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생겨 찾아갈 의사를 고민하고 있는 당신께 한국 의료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명의들을 소개합니다. "

한 신문사의 의학 전문 기자로 뛰고 있는 저자가 흔히 병을 잘 고쳐 이름난 의사인 명의를 찾아 안내한 책이다.

저자가 선정한 명의의 기준은 간단하다. 50살이 채 되지 않은 젊은 의사 중 비전이 뚜렷해야 하고 수술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의사들로 총 35명을 추려 소개한다.

경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로는 분당서울대병원 담도췌장암센터 윤유석 교수와 인천성모병원 외과 이윤석 교수 등이 35명의 젊은 명의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대장암 분야의 국내 최고 명의로 꼽히는 이윤석 교수는 4장 ‘진정한 명의는 환자와 소통한다’에서 잠잘 때도 수술하는 꿈을 꾸는 노력하는 의사로 소개되고 있다.

단숨에 읽는 한국 근대문학사 
한국근대문학관/한겨레출판사/576쪽/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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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이 일반인을 위해 한국 근대문학사를 알기 쉽게 쓴 책이다. 2년 여의 준비 끝에 최근 발간됐다.

19세기 말 근대 계몽기부터 새로운 민족문학이 부활한 해방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역사적 흐름을 쉽고 재미있게 쓴 내용으로 알차다. 한국의 근대사회에서 심각한 변화를 겪거나 문학 내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있었던 때를 기준으로, 한국 근대문학을 크게 여섯 시기로 나눠 시와 소설 중심으로 살펴본다.

어렵고 지루한 설명 대신 이미지와 도판 중심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또 한국 근대문학사의 흐름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접이식 연표는 한국근대문학관이 준비한 야심작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의 상설전시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설전 도록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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