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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헌 인천시체육회 경영기획부장
매년 3월 1일이면 인천시 초·중·고 학생들이 단축마라톤(5㎞·10㎞)을 뛴다. 벌써 65회째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여느 마라톤대회를 보는 것 같았다. 출발지점엔 커다란 아치가 서 있었고, 낯익은 아나운서의 식전행사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해경악대의 흥겨운 분위기는 지금까지 대회의 모습이 아니었다.

 제39회 대회부터 매년 지켜본 필자는 눈을 의심했다. 1천여 명의 마라토너들이 아직은 쌀쌀한 마지막 겨울의 동장군을 녹이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도 어리둥절하며 예년에 보지 못했던 모습에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지난 3월 1일 ‘인천시체육회 통합 기념 제65회 3·1절 단축마라톤대회’가 송도 솔찬공원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경기단체 및 회원종목단체 전 종목을 막론하고 65회째 되는 대회는 그리 많지 않다. 또 겨우내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마치고 참가하는 시즌 첫 대회이기도 하다. 인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를 비롯해 인천지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인사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뜻깊은 대회지만 등록선수들이 주축이 돼 행사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점점 엘리트선수들이 줄어들어 대회 규모는 해가 갈수록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인천육상경기연맹과 언론사가 의기투합해 참가 규모를 일반 동호인으로 확대, 준비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로 이어갈 만한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전국 규모 마라톤대회가 3월부터 시작한다. 때문에 풀코스(42.195㎞) 대회를 준비하는 마라토너들은 사전경기로 10㎞나 하프를 뛰어 보고 싶어 한다. 올해는 참가비를 받지 않았지만 향후 참가비를 내고라도 참가하려는 마라토너들은 많을 것이다. 올해는 3㎞·5㎞·10㎞만 뛰었지만 내년부터 하프까지 확대한다면 더 많은 참가자가 나올 것이다.

 3·1 독립운동을 기념해 치러지는 마라톤대회는 인천을 포함해 전국 8개 시도에서 열린다. 대구가 71회째로 가장 오래됐고, 다음으로 인천이다. 대구는 오래전부터 하프마라톤으로 진행한다.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념해서 열리는 대회는 일본에서도 열린다. 동경한국학교가 주최하는 단축마라톤은 교민들의 화합과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생각하며 뛴다고 한다.

 요즘 인천시에서는 인천의 정체성 찾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인천의 역사를 바로 알고 인천의 브랜드를 찾아서 알리며, 인천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에서도 찾을 수 있다. 65회째를 맞은 3·1절 기념 마라톤도 그 역사를 바로 알고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한 곽재영(전 육상경기연맹회장)체육원로가 아직 생존해 있고, 2·3회 대회에 참가한 원로들이 많이 있다. 장거리 육상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육상에 입문했고, 현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뜻을 기리고 더 빛내는 대회로 승화시키는 일은 인천 육상인들과 체육인이 스포츠 분야에서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천은 구도 인천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와 축구의 발상지이며, 인천에서 전국으로 전파됐다는 역사적인 사실들이 자료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인천체육회가 경기도체육회보다 먼저 창립됐고, 인천이 체육을 주도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인천시의 정체성 찾기 사업에 동참할 수 있는 숨은 상품을 찾아내고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 스포츠 도시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는 통합체육회가 출범한 원년이기도 하다. 앞으로 종목별 단체들이 속속 통합의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번 3·1절 마라톤을 통해 학생선수들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많은 동호인이 참여하는 대회로 발전시킨 것은 박영광 육상경기연맹회장과 정창순 육상연합회장의 노력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종료 후 두 단체는 창립총회를 갖고 통합육상협회로 출범했고, 이제 내년부터는 엘리트선수와 육상동호인이 한 가족이 돼 더욱 알찬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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