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갤러리 ‘브레송’이 ‘사진인을 찾아서’란 전시회에서 세 번째로 초청한 이는 인천사진아카이브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영욱(50)사진작가이다. 이 작가는 각종 전시기획뿐만 아니라 직접 사진 강좌도 펼치고 있는 인천의 대표 사진가 중 한 명이다.

그는 "3월 21일 시작해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껏 진행한 주요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중앙대·상명대 등의 강의와 전시 준비 등으로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천에서 진행 중인 사진 아카이브(Archive·기록 보관)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인천 섬이 품고 있는 고유한 모습과 가치를 사진에 담은 ‘섬마을 이야기 프로젝트’로 1년간 섬을 답사하고 6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전시와 출판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7개월째 진행된 답사 촬영에 62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란다. 사진 전문 갤러리인 사진공간배다리의 학예연구실장으로 지역 사진가들과 함께하는 ‘프랑스 게릴라 전시전’도 기획해 준비 중이다. "7월에 시작되는 아를르 국제사진축제 등 프랑스 문화 탐방 후에 촬영된 작품들을 여행 중에 전시하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갤러리에서만 전시하라는 법 있나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바로 전시장이 될 수 있죠."

이처럼 그의 생각은 자유롭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인천시 중구 선광미술관에서 연 ‘집이다’란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을 봐도 그렇다. 사진비평가인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가 "이영욱의 사진은 누구나가 다 찍을 수 있는 사진처럼 보인다. 생뚱맞은 사진을 내걸어 전시를 하니 사람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의 사진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평론한 것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관객들이 어떻게 사진을 해석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면 사진 안에 객관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해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상과 장소를 기록하되, 대상을 보는 주체가 가질 수 있는 시각을 가능한 한 최대한 배제하고, 대상이 스스로 말을 하는 사진을 통해 관객들이 의미와 맥락을 해석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있는 그대로의 재현’이 아닌 ‘대상과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한 제시’가 사진가로서의 목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이광수 교수의 평론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신화와 이데올로기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해 대중문화의 이면에 은폐된 이데올로기 비평에 크게 공헌한 프랑스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1915~1980)의 전사(戰士)"란 표현처럼 이영욱 작가는 "가장 큰 화두는 객관성으로, 사진에 달라붙는 단일적 대표성에 대한 도전이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믿는 신화(神話)에 대한 의문에서 사진 작업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제물포고 등을 졸업한 이 작가는 이런 작업을 해 오다 2001년 훌쩍 중국으로 떠난 적이 있다. 옌볜대 초빙교수 등으로 활동하다 6년 전 귀국해 고향 인천의 강단에 다시 섰다. 지역 아마추어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욱 사진작가가 강의에서 가장 강조하는 말이 하나 있단다. "언제나 사진은 말이 없죠. 사진의 의미를 결정하는 건 작가가 아니라 관객들 아닐까요. 따라서 관객들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식 체계를 벗어나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사진가의 몫이죠."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