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과 공동주택 및 다중이용시설 내 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인 자동제세동기가 의무 설치임에도 미설치 시 제재는 전무해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자동제세동기가 생명을 살리는 기계인 만큼 관리자 교육이 필수로 이뤄져야 하지만 교육을 받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에 고액의 제세동기 대부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경기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동제세동기란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으로 심정지가 돼 있는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의 정상 리듬을 가져오게 해 주는 도구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여객 항공기 및 공항 ▶철도객차 ▶20t 이상의 선박 ▶다중이용시설 ▶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등에 자동제세동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난해 4월 기준 도내 자동제세동기 의무설치 기관 내 설치 현황을 보면 공공보건의료기관 372곳, 구급차 109곳, 공항 및 여객기 0곳, 객차 1곳, 선박 2곳, 다중이용시설 99곳에 불과하다.

특히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제세동기가 설치된 단지는 고작 1천577곳으로 나타났다. 도내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 3천675단지임을 감안했을 때 실제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한 단지는 턱없이 적은 상태다.

자동제세동기 관리자 교육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로선 시·군별 보건소가 법정 의무교육 대상자를 우선 선별해 진행하고 있는 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의무 설치 시설 관계자의 교육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급 시 기계는 있지만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몰라 응급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현재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자동제세동기 사용 시 어떠한 방법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사항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설치장소 내 관리책임자 대상 교육훈련이 전제되는 것이 필수다.

도내 A시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운송회사 기사, 교사 등 법정 의무교육 대상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 교육은 이뤄지고 있지만, 의무 설치 시설 관계자 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보니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동주택의 경우 제세동기 관리자도 명확하지 않아 교육을 한다 해도 협조가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자동제세동기 설치 확대를 위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는 자동제세동기 관리자 교육에 대한 체계가 불명확했지만 올해부터는 문제점들을 보완해 의무설치 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가현 기자 hy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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