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섭 농협안성교육원 교수.jpg
▲ 변성섭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충격이다. 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을 두고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사실상 인간이 패배했다. 오락실에서 게임하다가 져 버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고 직관과 통찰력이 필요한 바둑에서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인간을 능가한 것이다.

 인공지능은 예상을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동반한 가상현실(VR)과 지능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의 새로운 혁명이 예견된다. 인공지능은 의료, 금융,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향후 인공지능 기술 보유 여부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눈치 빠른 선진국들은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브레인 프로젝트’(BRAIN initiative)를 들여다보자.

세포 수준에서 뇌의 구조, 즉 1천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어떻게 정교하게 연결돼 있는지 그 커넥톰 구조(뇌 속 신경세포의 연결을 그린 지도)를 밝혀 내는 데 앞으로 10년간 1조3천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유럽연합에서도 유사한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10년간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인간 뇌와 유사하게 계산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분야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간한 ‘2014년 ICT기술수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위인 미국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유럽 85, 일본 82.9, 한국 75.1 순으로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에 2.6년 뒤떨어져 있고, 일본·영국·독일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라도 인공지능 혁명의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인력 확보’와 ‘재정 지원’이 관건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미국 등 인공지능 선진국은 우수한 인재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갖고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알파고 개발자인 허사비스는 어릴 적 게임광으로 컴퓨터를 끼고 살았다.

 만약 허사비스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알파고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창업은 고사하고 게임중독으로 폐인이 되거나 백수가 됐을 것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인력 확보를 위해 대학 내에 인공지능학과·로봇학과의 확대 개설과 내실 있는 연구비 지원, 산학연 협력을 통한 효율성 증대, 취업 기회 확대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뛰어난 인재들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해 줘야 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올해 인공지능 관련 예산은 300억 원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전담팀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해외 트렌드와 대조적이다.

 주요 선진국과 기업은 장기 계획을 갖고 컴퓨터, 인공지능의 분야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10년 동안 인공지능 산업에 3조 원, 일본도 2020년까지 정부 차원에서 1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2012년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오일을 영입해 인공지능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며 5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인공지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호기심으로만 바라볼 때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