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jpg
▲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최근 인천은 가치 재창조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개항창조도시 재생, 경인고속도로 주변 도시재생 프로젝트, 인천이 중심이 된 전국 철도교통망의 구축 등 가시화될 수 있는 물질적 가치 외에도 인천 역사의 근원인 문학산 개방에 따른 인천 정체성 구현을 필두로 50년 전 제정됐던 자치구의 구명(區名) 변경 계획, 그리고 경기만으로 불렀던 인천 앞바다를 ‘인천만(灣)’으로 하자는 인식의 전환 등 정신적 가치도 추구하고 있다.

 서해안의 중심에 있는 인천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동틀 무렵부터 개척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단군 왕조의 개창을 비롯해서 비류가 미추홀에 백제의 수도를 건설하는 것이나 한국 최초로 바닷길을 통해 중국과 교류하게 된 것도 오랜 세월에 걸쳐 인천 지역사회에 쌓여 온 역사적 토양에 기반한 것이었다.

인천의 지정학적 특성과 맞물린 때문이기는 하지만 개항과 동시에 ‘최고·최초’의 도시가 되는 것도 우연히 생성된 결과가 아니라 이러한 역사가 배경이 됐던 것이다.

 현대는 광고의 시대이다. 광고는 근대 인쇄매체의 발달과 비례해서 증가해 왔는데, 다양한 광고 기법이 사용되면서 광고를 통해 상품 정보, 사회적 동향, 근대적 문화코드, 가치, 관념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광고는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와 사회문화를 반영하는 역사적인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방송과 신문에 인천의 시정과 인천인의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고,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나 차이나타운을 무대로 한 TV 드라마가 등장한 것도 넓은 범주에서 광고의 한 유형이다.

 알려진 것처럼 한국 최초의 근대적 상업광고는 인천에서 시작됐다. 인천 개항장에서 그 상업적 기반을 확고히 한 세창양행이 1886년 2월 22일 ‘한성주보’ 제4호에 실은 ‘덕상 세창양행 고백(德商世昌洋行告白)’에서 출발한다.

 "쇠가죽, 말가죽, 개가죽 등을 사들이고 자명종 시계, 서양바늘, 유리 등을 외국에서 들여다가 팔고 있으니 많이 이용해 달라"는 내용으로 광고라는 이름 대신 "고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나 노인이 온다 해도 속이지 않고 공정한 가격으로 팔겠다"는 문구 그대로 ‘고백’인 셈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의 광고는 일본 기업의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업종별로는 약품 광고가 가장 많았고 조미료, 화장품, 비누, 서적,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광고가 자주 등장했다. 인천 자료 속의 광고는 주로 정미소, 미두취인소, 선박 운송, 하역조합 광고들이다.

이런 내용들은 인천이 항구라는 입지적 성격과 쌀이 대량 집하돼 일본으로 반출됐던 시대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또 당시 일본 상인들이 인천을 거점으로 성공하면서 타 지역으로 진출해 갔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광고의 아이템으로 볼 때 현재와 별로 달라진 것은 없지만 광고 내용의 환경적 변화, 상품 개발의 기술적 면이나 기업 이미지, 제품의 구성 내용 등에서는 세월의 변화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남겨진 당시 자료들을 보면 상공회의소나 관청 등 공공기관에서 제작한 책자 속의 광고라는 일정한 한계성도 있고, 외국인 무역상사의 광고처럼 판매를 위해 과대 포장된 면도 있다. 광고의 기법이 지금과는 달리 다양하거나 현란한 색채감이 없고 단순한 의미 전달 정도였는데, 광고료가 지출돼야 했기에 일반적인 것보다는 다분히 정책적이고 특정적인 부류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과거 인천인들이 어떻게 생활했는가를 재구성해 보는 방법도 모색돼야 하고, 인천 지역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 또 현재 인천이 어떤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지역 공동체가 공감할 수 있는 청사진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론도 강구돼야 한다.

 인천 재발견을 통한 가치 창조는 그것이 문헌이든, 방송매체든, 영상물이든 짧은 순간에 인천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콘텐츠로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현재의 발전상만이 아닌 2천30여 년 오랜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표출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성 있는 광고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천 가치를 가장 적절히 보여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