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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운 인천YMCA 회장
5천 년 전에 바둑을 만들어 그동안 무궁무진한 묘수를 발전시켜 온 인간이, 인간에 의해 제작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벌인 다섯 차례의 대국은 인류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겨 줬다. 온 세계 매스컴의 뜨거운 조명과 함께 바둑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문제들을 던져 준 것이다.

 대국의 결과는 1승4패로 인간 이세돌의 패배였지만 구글 딥 마인드의 CEO이며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제5국은 믿을 수 없는 대국이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며, 다섯 차례 모든 대국의 결론은 인간의 승리다." 이는 아마도 4승1패를 한 알파고를 만든 하사비스도, 1승4패로 패한 이세돌 9단도 모두 승리자라는 의미일까?

 대국 전 이세돌 9단은 자신있게 "수없이 많은 예외수를 가지고 있는 바둑의 수를 어떻게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모두 다 이해하고 파악해서 이겨 내겠느냐"고 말했지만 처음 두 번의 대국 결과 인간들은 의아함으로 시작해서 불안감을 갖게 됐고, 세 번째 대국을 마친 후에는 그 불안감이 두려움과 충격으로 변해 버렸다.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두렵게 만듦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대국을 통해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몇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먼저 대한의 아들 이세돌 9단의 천재성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는 것이다.

1천202대의 컴퓨터가 동원돼 서로가 동시에 검토하고 논의해서 찾아낸 최상의 수를 내놓는 알파고에 맞서 혼자만의 지능과 판단과 결정으로 응수하며 한 판을 이겨낸 이세돌 9단의 지능과 기력(棋力)에 세계가 감탄하며 찬사를 보낸 것이다. 두 번째로 알파고는 인간이 만든 기계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기계가 이제는 주인 격인 인간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두려움의 끝은 알파고 지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인간 수준의 강한 인공지능의 시대는 2040년에 가서나 출현할 것으로 봤는데 알파고는 그걸 10년 이상 앞당겼다. 힘들거나 복잡하고 위험한 일들은 모두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벌써 시작됐다.

 디지털비서, 음성인식과 지문인식 등의 보안장치 그리고 무인비행기, 자율자동차, 전투로봇 등은 이미 운행하고 있거나 실험 중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연결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수많은 전문 직종들이 사라지게 돼서 많은 일자리들이 10년 내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거나 파괴하는 공상과학영화가 현실이 되는 상황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알파고는 인간의 삶의 지도를 송두리째 바꾸는 시발점인 셈이다. 영국의 수학자이며 컴퓨터의 아버지인 앨런 튜링이 1951년 그의 논문을 통해 "사고하는 기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인간의 미약한 능력을 앞지르는 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논문에 대해 같은 물리학자이며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2014년 타임지 인터넷판을 통해 기고한 글에서 "인류는 1950년부터 핵무기, 바이오 테러 등 생존의 위협에 잘 대처해 왔고 기술은 항상 양날의 검이었다"며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가면 인간은 더 이상 노동할 필요가 없으며 누구나 그저 여가를 즐기며 살기만 하면 된다"고도 했다는데 오늘날 인류는 아무래도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미래는 인간이 만들어 온 것이며, 앞으로도 만들어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가면서 그 안에서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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