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필평가 없이도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경기도내 일선 학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입과 대입 등 상대평가 방식인 입시제도는 그대로인데 평가를 서술형 시험에만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서술형·논술형 시험의 경우 답안이 주관적이라 채점이 모호해 교과학습발달평가 결과를 문제 삼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빗발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1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부터 각급 학교에 성적 평가에 대한 자율권을 주기 위해 학생들의 교과학습발달평가를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도록 한 교육부 훈령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개정 추진 배경을 두고 학생의 숨겨진 재능 계발 지원과 학습 부담 완화, 교원 평가 책무성 및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일선 학교들은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정안이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서술형·논술형·수행평가 비율이 50~100%를 차지하는 도내 초등학교들의 경우 큰 무리가 없지만 중학교만 해도 서술형·논술형·수행평가 비율이 50%를 넘기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에 지침이 개정돼도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입에 대비해야 하는 고등학교의 경우 수능 채점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서술형이나 수행평가 방식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서술형·논술형 시험 문제를 채점할 객관적인 기준 없이 교과학습발달평가가 이뤄질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모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도입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상태다.

수원시 소재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부가 이번 지침을 도입하는 취지는 잘 알겠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것 아니겠느냐"며 "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지침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하다"고 말했다.

문완태 기자 m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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