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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선 교육정책포럼대표
영·유아를 비롯한 중학생 대상의 끔찍한 학대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3년 전 소풍 가고 싶다던 8살 의붓딸을 때려 갈비뼈 16대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사건과 같은 해 8살 의붓딸이 시끄럽다며 배를 짓밟고 때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칠곡 계모사건의 보도는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국자들은 아동학대를 뿌리 뽑겠다고 외쳤지만 근본대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소극적인 관리와 구멍 뚫린 보호망 속에서 사건은 연이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동거녀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2층 빌라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목숨을 건 맨발의 탈출을 감행한 끝에 구조된 인천의 11살 16㎏ 소녀 사건, 아버지와 계모에게 폭행당해 숨진 채 미라 상태로 발견된 13살 중학생 사건, 부천의 20대 아버지가 게임하던 중 생후 2개월 딸이 잠에서 깨어 운다고 방바닥에 던져 죽인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이른바 원영이 사건 등 참혹한 자녀 학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유아 보호·관리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고 막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부모의 학대를 받다 숨진 뒤 암매장된 7살 신원영의 경우는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아동학대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일깨워 준다.

특히 좀 더 세심한 보호 노력이 있었다면 살릴 수도 있었을 어린 생명이 사회와 이웃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간 사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3년 전 지역아동센터 상담사가 학대 사실을 알았지만 관련법이 없어 원영이를 보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갖춰져 있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동학대는 하루에 30건꼴로 일어나는데, 학대의 가해자는 10건 중 8건이 부모라고 한다. 가부장적 문화와 사회적 무관심·방관이 범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학교나 경찰,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의 더욱 원칙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가정사’나 ‘부모의 권한’이라는 핑계로 가볍게 대처해 온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과 같이 자녀 학대를 강력범죄로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

또한 자녀 학대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혁신적 변화를 이뤄야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그릇된 타성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격체로 다루도록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 대책도 추진돼야 한다.

 나날이 결손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올바른 자녀 양육 태도는 물론 인권존중 의식을 위한 윤리적·법률적·제도적 차원의 면밀한 검토와 대책이 절실하다고 본다.

특히 현행 법규는 아동학대가 발생한 이후의 처리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마저 미미한 실정이라고 지적되고 있으므로 부모의 방임 등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고, 학대 징후가 보일 경우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사후 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건 대응 접근이 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기존의 아동학대 방지체계로부터 아동학대 예방체계로 개혁되도록 관리 대상·방식, 장기 결석 아동 관리와 평가 등에 있어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관리·운영을 위한 인력과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다. 예컨대 2016년도 아동학대 방지 예산은 185억 정도로, 2015년도보다 26.5% 삭감됐다고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당국이 아동학대 문제에 대처하는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인력과 시설, 예산의 확충에 정부와 지자체가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 양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이 모든 시책을 추진하기 위해 가정, 학교, 주민, 아동보호기관, 정부, 지자체, 경찰 등의 실효성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소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19명의 초등학생도 경찰에서 신속하게 밝혀 주기를 기대한다.

 또 초·중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어린이집 등 총체적으로 학대 조기 발견 및 관리체계를 치밀하게 구축하고 관리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모두는 아동들이 고통과 학대에서 벗어나 밝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베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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