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가곡리에 자리잡은 한 아파트단지 일부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영하의 기온속에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7일 이 아파트 102동에서 일어난 LP가스 폭발사고로 102동 60가구 190여명의 주민들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친척집이나 마을회관 등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부상이나 정신적인 피해와 별도로 또 다른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은 폭발사고에 따른 추가 붕괴 위험 때문이다.
 
물론 한 가구에서 일어난 LP가스 폭발로 아파트 한동 전체가 붕괴된다고는 볼 수는 없다. 폭발사고가 나자 평택시도 전문가를 통한 아파트 안전검사를 실시해 18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는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덩어리로 붙어 있는 공동주택에서 18가구나 붕괴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나머지도 벽면 곳곳에 금이 가고 방 천장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면 누군들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주민들한테 더 큰 문제는 당장 겪고 있는 고초보다 폭발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 자칫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라니 답답하기만 하다. 우선 주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이번 사고가 가스공급업체의 과실로 증명될 경우로 약 3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경찰은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고를 낸 집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방법도 있으나 부모가 죽고 두 자녀만 남은 상태라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주민들이 개인 또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일괄적으로 계약한 화재보험 등만 남게 된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경우 융자를 안고 입주한 서민들이 대부분이어서 개인적인 보험가입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일괄계약한 화재보험 가입액도 가구당 3천만원 이하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단체보험가액을 계산해보면 실제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가구당 최고 1천700만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로서는 이 돈만이 주민들의 새 주거공간 마련에 종자돈인 셈이다. 결국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이웃의 가스폭발사고로 붕괴위험에 처한 아파트에 목숨을 담보로 들어가 살거나 아니면 별도의 목돈을 마련해 살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주민들이 이처럼 곤경에 처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비상시에 대비해 보험금을 넉넉하게 탈 수 있는 보험보다 보험료가 싼 보험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공동주택별 보험가입액 적정수준 확인작업이라도 실시, 날벼락도 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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