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문명의 이기에 밀려 한순간에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는 사물에 대한 향수와 소중함을 얘기하며 우리들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싶다."

 지난해 12월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경인여대 유태수 교수의 제12회 개인전 ‘존재-고립’의 작가수첩에 실린 말이다. 그는 20세기 영국의 여성 사회개혁가 애니 베전트가 말한 삶의 활로와 희망, 이를테면 삶의 열쇠를 옛것 또는 사라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국내 화가 중 한 명이다.

 지난 26일 인천의 중구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한 아날로그 감성이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시대에서 수많은 존재들이 가치를 잃어가고 한낱 천덕꾸러기나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죠. 그런 대상을 주로 오브제로 다뤄 나 자신만큼은 그 의미를 찾아보고 반문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일상생활 용품이나 자연물,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해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이르는 오브제(Objet)로 농기구나 소나무 등 자연을 선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채집이 쉬운 곳을 찾다 보니 경기 안성에 둥지를 틀고 직장인 경인여대가 있는 인천으로 무려 매일 왕복 220㎞ 출퇴근을 한 때도 있었죠. 당시 농기·소나무 작가로 불렸던 웃지 못할 황당한 경우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삽·쟁기 등 손때 묻은 농기구 등을 고집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으로 답했다.

 "서울에서 벌인 사업인 미술학원과 광고회사가 번창했다가 기울면서 사람의 순수성을 그때서야 봤다고 할까요. 무작정 존재의 의미를 찾아 헤맸던 거죠."

 버려진 물건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정크 아트(Junk Art)풍의 소재를 다루지만 그의 작품은 소재와 달리 초현실주의에 가깝다.

 "작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그리고 만드는 건 기본, 결국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대미술의 네오다다이즘(Neodadaism)에 푹 빠져 있었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순수함이나 아이디어를 중요시하는 생각은 그가 학과장을 맡고 있는 경인여대 아동미술학과 제자들에게 이어진다. 팝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으로 경인여대 아동미술과 학생들이 전국 신인미술가들의 등용문 대전에서 두각을 나타나고 있는 점은 지역 화가라면 다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열심히 받아 작가로 나서든 어린이집 등 보육교사로 진출하든 각자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랍니다."

 교수이지만 작가로서 개인전은 매년 빼놓지 않고 진행한다는 유태수 교수는 올해 하반기에는 인천 중구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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