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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용 변호사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번 4·13 총선 후보자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이번 선거의 화두로 새누리당은 야권 심판을,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심판을, 국민의당은 양당 심판을, 정의당은 민생 정당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보름 동안 어느 정당에 지지할 것인가는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우리나라 헌법은 정당에 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2항을 보면 정당은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돼 있다.

 무엇보다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공직선거법 제47조 제1항, 제2항을 보면 정당은 선거를 함에 있어서 선거구별로 그 소속 당원을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으며, 후보자로 추천할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 추천에 있어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라고 하는 것은 이전에는 후보자 추천에 있어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경우가 많았다는 방증이면서 또한 앞으로는 민주적인 절차를 중요시 해야 한다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의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민주적인 것인가. 독재에 저항해 자유를 확대해 온 것이 민주주의 역사라면, 빈곤과 억압에 대항해 경제적 자유와 평등을 실현해 온 것도 민주주의 역사다.

한편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우리 각자가 국민으로서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써 가장 민주주의적 방식에 의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헌법 제41조 제1항에서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하고 있고, 제67조 제1항에서는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이 선출하려는 후보자가 과연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되고 있는가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 후보 등록 하루 전까지 친박이니 비박이니 진박이니 하면서 특히 대구의 유승민 의원의 공천을 두고 온 세상을 들썩이면서 온갖 진귀한 풍경을 다 보여 줬다.

결국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동을 유승민 의원을 공천하지 않았고, 그러자 유승민 의원은 등록일 1시간 전에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한구 공선위원장은 며칠 전부터 드러내놓고 유승민에게 스스로 물러나라고 언론에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유승민 의원은 이미 2015년 여름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하고 국회법 개정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미운 털이 박혀 진작부터 퇴출 대상으로 공개화된 상태였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을 공천하지 않고 스스로 나가라는 작전이었고,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자 무슨 의도인지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지역의 이재만 후보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 주지 않는 사상 초유의 옥새투쟁(?)을 벌여 유승민을 구출(?)하는 진풍경까지 벌이고 만 것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면서 내세운 구원투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최소 중반까지는 지지율도 올라가는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실질적으로는 남성 1번)에 정하는 대담한 선택을 했다.

그동안 장애인 등 취약자와 청년 등 젊은 층에 대한 배려에 익숙해 왔던 더불어민주당원과 국민들은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는 비상대책위 대표의 거리낌없는 선택을 보고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저렇게 민주적 절차, 이념과는 거리가 먼 결정도 과감하게 내리는구나, 그리고 논란이 되자 비상대책위 대표를 안 한다고 던지면서 싸우기도 하는구나, 하고 국민들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940년생의 김종인 대표는 벌써 5번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을 보면서 아직도 이 나라의 정당민주주의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게 된다. 후보자는 그저 내부 권력 투쟁의 산물이고, 우선 자기 먼저, 국민은 나중에가 일상화돼 있다. 법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 과정마저 법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면 앞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점점 후퇴하고 만다.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생각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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