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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구 청운대학교 대학원장
며칠 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후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 할 것이고, 유권자들은 누가 제대로 된 인물인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후보자들은 모두 내가 그 지역의 낙후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들의 주장과는 늘 거리가 멀었다.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고, 경제는 항상 위기였다. 잘살게 해 주겠다고 외치던 그들의 말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에서 어느 인물을 뽑을 것인지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19대 국회의원들의 행태(behavior)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19대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가 서로의 발목을 잡은 채 민생법안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해 ‘식물국회’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18대 국회의원들이 서로 단상을 점령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니 몸싸움이라도 하지 말자고 이 법을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라면 물리적 충돌이 사라졌으니 ‘타협정치’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천재지변, 전시(戰時) 등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고, 쟁점법안 통과 기준도 의원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바꿨다. 그래서 현재 여야 의석 분포상 여당은 야당이 반대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서로 상대방을 탓하며 민생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의 환경은 급변해 중국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은 우리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더라도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일 터이지만 19대 국회는 이런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회의원의 숫자도 인구 대비 미국·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이들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선출직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유권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기 위해 상머슴의 역할을 하겠노라고 선거 공약(公約)을 내놓았지만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선되고 나면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을 잊고 패거리를 지어 자신들의 이익을 쫓는 무리가 된다. 강(江)도 없는데 다리를 놔 주겠노라고 공약을 내놓는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누군가는 폄하하기도 하지만, 정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잘살 수 있도록 사람들 사이의 의견을 조정하고,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높은 도덕성이 요청될 것이고, 시대정신(zeitgeist)을 체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시대정신이란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전망하는 가치집약이다. 그러한 정치인들에게만 국민들은 카리스마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이런 것과는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이 표를 구걸하며 거리에서, 식당에서 명함을 돌리며 잠시 허리를 굽신거리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는 맥베스가 던컨 왕을 시해하고 왕이 된 뒤에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의 부인도 왕비가 되기 위해 맥베스보다 더 권력에 대한 집착을 보였지만 그녀 역시 몽유병 환자가 돼 거리를 떠돌다 객사하고 만다. 왕의 자리에 오르면 모든 것이 내 손 안에 있을 것 같았던 부부는 양심의 갈등을 겪으며 파멸의 길로 빠져든다.

 왕비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맥베스는 놀라지 않으면서 "인생이란 걸어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하지. 잠시 동안 무대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니거나 종종거리고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서 잊혀지는 처량한 배우일 뿐"이라는 대사를 읊조린다. 맥베스는 권력의 정상에서 삶의, 권력의 허망함을 느끼며 회한(悔恨)의 눈물을 짓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국회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맥베스와 같은 자아성찰의 눈물도 없이, 지금 거리에선 오직 금배지를 달아 보겠다는 사람들의 욕심이 넘쳐난다. 국회의원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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