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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장
최근 북한에서는 5월 초순으로 예정된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평양주민들에게 매달 식량 1㎏씩을 거두는 ‘식량절약운동’을 전개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는 인민들의 고혈(膏血)을 짜내기 위한 각종 속도전이나 노력동원운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70일전투’라고 불리는 증산투쟁은 ‘먹을 것, 입을 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하루하루를 어렵게 지내고 있는 북한 인민들의 이마에 패인 주름을 더욱 깊게 패이게 하고 있다.

 ‘70일전투’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회의(2월 23일)에서 나온 것으로 "2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70일 동안 전투를 치를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이른바 ‘호소편지’에서는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이 우리 사회주의를 압살하려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고 단언하면서 "이런 오늘의 정세 속에서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기 위해서는 당원들이 수령의 뜻과 위업을 앞장서서 충직하게 받들고, 현대 과학기술을 남보다 먼저 습득해 그 위력으로 비약의 지름길을 개척하며,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는 진짜배기 혁명가가 될 것"을 주문했다.

 북한당국이 이렇듯 과거에도 종종 해 왔던 ‘전투’ 명목의 가혹한 노력동원령을 내린 것은 아마도 신변 벽두의 수소폭탄 실험과 ‘광명성’이라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조성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조치가 미칠 파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 때문으로 보여진다.

 즉, 당시 전 세계의 전반적 분위기, 그 중에서도 북한당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처럼 믿고 의지하던 중국조차도 이런 도발행위에 대해 "무언가 단호한 응징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무엇보다도 먼저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모종의 조치가 필요했고, 이런 인식을 근거로 해 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무엇보다도 당원들의 정신력을 다질 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호소문이 발표된 직후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서는 ‘70일전투의 승리자가 되자’라는 제목의 정론을 발표했고, 평양에서는 내각총리를 비롯한 당비서 등이 참가한 가운데 ‘공동구호 관철과 70일전투 승리를 위한 군중대회’도 열렸다.

 이렇듯 북한당국이 강하게 인민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내는 ‘70일전투’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로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이뤄져 왔다. 김일성시대에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를 탄 기세로 사회주의 건설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천리마운동’이 있었으며, 김정일시대에는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및 ‘80년대 속도, 90년대 속도, 제2의 천리마대진군’ 등의 구호로 바뀌면서 인민들을 수탈해 왔다.

 이렇듯 북한당국이 주요 계기 시마다 제시하는 ‘전투’란 용어는 인민대중의 정신력을 최대한 발동시키는 이른바 ‘사상전’과 핵심 과제에 힘을 집중해 단기간 내 목표를 달성하는 ‘속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면에서는 인민대중의 힘을 모으기 위해 물질적 보상을 하기보다는 정신적 자극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선왕조시대에나 있었던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 ‘가렴주구(苛斂誅求)’ 그 자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전력난과 자재·장비 부족, 근로의욕 상실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실적은 이전에 비해 전혀 향상되지 않는,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전투를 계기로 보안원들이 매일 수시로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해 직장이탈자나 무직자를 단속해 노동단련대에 보내거나 심지어는 암암리에 뇌물을 받고 70일전투를 면제해 주는 등 횡포와 부정부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평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70일전투는 과거에 북한당국이 취해 왔던 여러 전투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날 것이며, 이는 결국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죽기살기로 덤벼든다’는 말처럼 분노(忿怒)한 인민들은 자연스럽게 정권에 반기를 들어 김정은정권은 자멸(自滅)의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북한 당국의 ‘물 샐 틈 없는 감시통제장치’ 때문에 인민들이 참고 견디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처럼 김정은정권이 인민들의 피와 땀을 쥐어짜내기 위한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정권 자체의 붕괴를 자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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