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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불안한 미래로 번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줬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한때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이 말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인생목표를 세우고 내일을 위해 힘차게 달려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파묻혀 아파하고 있다. 오죽하면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에서 시작된 말이 오포, 칠포를 거쳐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번뇌와 고민은 젊은이라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이를 통해 더욱 큰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렇지만 취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수렁에 빠져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겪는 아픔은 가혹하기 그지없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자리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6년 고용동향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후 최고치인 12.5%에 달했다고 한다.

이 수치만으로는 실업에 내몰린 청춘들의 아픔을 실감하지 못한다. 주위에 청년실업자가 없는 경우라면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많은가 보다 하는 정도로 인식한다.

게다가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못한 걸 보면 무엇인가 부족한 점이 있어 그렇겠지, 편한 일자리만 찾으려니 그렇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목격하게 된다. 또한 어렵게 사람을 뽑아도 쉽게 그만두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젊은이가 적다면서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키려 한다.

 대학가는 청년실업 문제를 체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장이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교수는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기업체 인사를 만나러 다닌다. 대학이 이처럼 졸업생의 취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졸업생의 취업률이 바로 대학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은 오래전부터 입학과 동시에 지도교수를 지정해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지원하는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담교수는 담당하고 있는 학생과 수시로 만나 학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며 신뢰를 쌓아간다.

 졸업학년이 된 학생들에게는 취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물론 면접에 동행해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교수가 담당하는 업무로 정착돼 있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가장 힘든 일은 취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런 졸업생은 취업해서도 녹록지 않은 산업 현장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 하나로 초·중·고 12년을 보내고 입학한 대학에서 캠퍼스의 낭만은커녕 더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취업 준비에 매달려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고도 그럴듯한 일자리 한번 잡아 보지 못하고 포기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위로의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국방의 의무인 군 입대도 경쟁을 거쳐야 하고, 취업을 넘어 창업과 창직까지 고민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궁금해 찾아보니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로 기술돼 있었다. 이러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치인들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에만 눈을 돌린다.

 국민을 대신해 정치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철이다. 많은 후보들이 청년 취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 시대의 아픈 청춘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이는 참된 정치인들이 더 많이 당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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