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암이라는 극한 상황에 혼란스러울 틈조차 없었던 환자들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를 놓고 항상 불안과 고통 속에서 번민과 선택을 거듭해야만 했었다. 폐암과의 싸움은 단지 의학만의 영역은 아닐 수 있기에…."

2천 명에 이르는 환자들을 진료한 폐암 전문의 류정선 인하대병원 폐암센터장이 20여 년 동안 진료해 오면서 겪은 일과 느낀 바를 적은 책 「나의 환자, 나의 스승」이 최근 출간돼 잔잔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만난 폐암 환자와 스승들’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폐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그는 인생의 스승이라 불렀다. ‘암과는 친구로 지내면 된다’ 등의 소리는 폐암 환자에게 사치스러운 말일 뿐이라는 게 그의 부연이다. 말기에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5%밖에 안 되는 폐암은 그 고통이 암 중 첫째이기 때문이다.

▲ 류정선 인하대병원 폐암센터장
▲ 류정선 인하대병원 폐암센터장
류 교수는 잘못된 의학상식 등 폐암 환자나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와 함께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 중 2장 ‘환자로부터의 배움’에서 그는 죽을 줄 알면서도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직장생활을 계속한 폐암 환자 ‘K선배’를 ‘우리 시대 아버지의 표상’으로, 운명하기 이틀 전 고통 속에서도 자기 시신을 의과대학에 연구용으로 기증하겠다며 동의서를 갖다 달라고 한 ‘A선생님’을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킨 환자로 소개했다.

그는 "폐암 환자나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로 책을 썼다"며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성찰해 보는 계기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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