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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모든 국민이 주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내용이다. 헌법은 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해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41조에서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틀 후면 주권자인 국민이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일이다. 다급해진 각 정당의 선거캠프들이다. 한 정당은 선거일이 임박해 오자 유권자들에게 ‘반성과 사과’를 선거운동 전략으로 택하고, 앞으로는 싸우지 않고 정신 차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하는 등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정당의 대표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해 일정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선언, 배수진(背水陣)까지 쳐 가며 나름대로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을 유권자가 그 몇이나 될까. 속고 속아 온 국민들이다. 강이 없는데도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공약까지 내거는 정치인들이 아닌가.

 지금 이 시각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전이 치열하다. 미국은 우리의 맹방(盟邦)이다. 후보 경선자 중 한 후보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의 안보는 한국이 책임지라는 외교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소 황당한 공약이라는 평도 있으나 우리로서는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내 나라를 내가 지키는 일, ‘자주국방(自主國防)’이야말로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국내에서는 청년일자리가 없어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상태에 빠진 젊은이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오죽하면 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하는 3포세대, 여기에 취업·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는 5포세대, 최근에는 인간관계·희망까지 포기하여 7포세대, 더 나아가 전부를 포기한다는 전포세대,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왔을까.

 이처럼 암담한 현실을 풍자하는 은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정치권이다. 허언이지만 그토록 당당하던 공약들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고 ‘읍소(泣訴)작전’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정당들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필자는 며칠 전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가릴 줄 아는 혜안 지녀야’라는 제하의 한 사설에서 "어느 후보가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인지 가리고 가려 뽑아야 하겠다. 어느 후보의 공약이 실천 가능한 공약(公約)인지, 아니면 허언에 지나지 않는 공약(空約)인지 가려내는 유권자의 혜안(慧眼)이 요청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누차 경험했듯이 역대 어느 국회도 진정 국민을 위한 국회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루소는 "시민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시민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는 의회 구성원인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기간뿐이다. 일단 선거가 끝나고 나면 시민들은 다시 노예상태로 되돌아간다"라고까지 혹평했을까. 그렇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치인들에게 있어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게된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제46조의 "①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②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③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가 그것이다.

과연 역대 국회의원 중 국회의원에게 헌법상 이 같은 청렴의무 조항과 이권 개입 금지 조항 등이 있는 것을 아는 이 그 몇이나 있었을까.

 스스로 정한 법을 어기기를 여반장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이다. 오는 4·13 총선에 나서는 후보 중 전과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다. 이 속에는 세금을 탈루한 조세범도 여럿 있다 한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주권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아니한가. 이틀 후 치러지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그나마 선량(選良)의 자질이 보이는 후보에게 귀중한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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