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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후 원시시대에는 오로지 자신들의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채집과 수렵생활을 영위했다. 농업경제로 넘어오면서 부의 축적과 불평등, 계급사회가 형성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류의 생산 및 소비활동으로 인한 영향은 지역적으로 극히 제한됐으며, 생태계도 자연의 자정능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상태로 조화롭게 유지됐다.

 인간과 자연의 균형이 깨진 직접적인 원인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라 하겠다. 산업 발전의 후유증으로 도시에는 대기오염과 소음, 악취, 쓰레기 등 환경문제가 야기돼 시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게 됐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환경오염 문제는 더욱 악화됐다.

그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 즉 ‘삶의 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것이 환경주의(Environmentalism)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초기 환경주의는 순수 자연 및 사회 여건에 대한 거시적이고 오감적인 측면-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에 초점을 맞췄다. 과학의 발전은 환경주의 대상을 눈에 보이지 않은 환경으로까지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특히 DDT 살충제의 부작용을 밝혀 낸 1962년 레이첼 칼슨의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그녀를 환경주의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환경주의는 지식인들의 저술활동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점차 대중들 사이에 확산됐고, 생명과도 같은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주류는 비관적인 환경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미래 환경에 대해 어두운 전망으로 심지어 지구 종말론 또는 파멸론까지 주장하면서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에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러한 환경주의 배경 하에 환경운동이 전개됐다. 본래 환경운동은 환경 파괴 실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정부, 기업, 개인 등 개별 행위자들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며, 환경 파괴행위를 감시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 및 개인 활동에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활동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최초 환경운동은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출범으로 보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특히 1991년 낙동강 페놀사건 등은 단기간에 다양한 환경운동단체가 결성되고 활발한 운동을 유발한 촉매제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예로 굴업도 핵폐기장 백지화, 동강댐 백지화, 가야산 골프장 계획 백지화, 장항 갯벌 산단 개발계획 백지화 및 국립생태원 설립 등이다.

또한 논란이 많았던 국책사업으로는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강원도 양양 양수댐 건설, 한탄강댐 건설, 인천국제공항 건설,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부안과 경주), 새만금 간척사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을 들 수 있다. 인천의 경우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운동연합을 중심으로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 경인운하 건설 백지화운동, 계양산 골프장 반대운동, 강화조력발전 건설 반대운동, 저어새 보호운동을 전개했다.

 우리나라 환경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는 찬반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긍정적인 평가로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결과 각종 정부의 환경정책 입안이나 실행 과정, 기업의 활동에 대한 감시 등을 통해 사회 전반에 환경보호의 의식을 알리고 환경운동의 뿌리를 내렸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민간기업의 개발사업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 자연보존과 환경보호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정부와 기업 감시활동 위주로 하고 있고, 시민들 참여 유도에 소극적인 면이 있다. 또 이념적 토대로 이분(二分)법적·비관적 환경주의에 치우치고 때로는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다소 무리한 주장이 없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특히 비외른 롬보르와 같은 ‘회의적 환경론자’들이 주장하듯 경제성장과 환경 조화를 도외시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충분한 정보의 사전 공개, 경제성장과 환경보호의 조화, 공정한 매스컴의 보도, 전문가 집단 및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토론 분위기 조성 등이 올바른 환경주의의 실천과 성공적인 환경운동의 첩경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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