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은 오는 16일부터 6월 26일까지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April the Eternal Voyage)’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희생자 가족은 물론 참사로 인해 공동의 아픔을 갖게 된 이웃들과 서로를 위무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된 화랑유원지에서 지난 2년간 유가족과 국민들의 슬픔을 함께 목도한 도미술관이 공동체와 마음을 나누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 ‘동행’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도미술관 관계자는 "‘사월의 동행’전을 통해 공감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통해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며 "전시에는 안규철, 조숙진, 최정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예술가와 강신대, 전명은 등의 청년예술가, 전진경, 이윤엽과 같은 현장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22인(팀)의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해석해 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 동행하다

▲ ▲최정화 作, ‘당신도 꽃입니다.’
▲ 최정화 作, ‘당신도 꽃입니다.’

‘사월의 동행’전은 ‘동행하다’, ‘기억하다’, ‘기록하다’라는 세 가지의 예술행위로 구성된다.

전시의 핵심적인 주제를 전달하고 있는 ‘동행하다’는 2년간 목도한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분노를 넘어 예술가가 이러한 사회적 비극을 어떻게 극복하고 함께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묻는 파트다. 최정화, 조숙진, 안규철, 조소희, 권용주 등의 작가가 참여, 사회적 비극에 대한 추모와 예술적 치유와 공감을 시사하는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최정화 작가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앞에 10m 크기의 거대한 검은 연꽃 작품 ‘숨 쉬는 꽃’을 통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한다. 꽃잎이 반복적으로 오므라들었다가 펴지는 이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보여 줌으로써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헌화의 몸짓이다.

# 기억하다

▲ 주용성 作, ‘4반 김용진의 방’.
전시의 두 번째 파트인 ‘기억하다’는 한국의 시각예술가들이 지난 2년간 세월호를 기억하고 그를 통해 바라본 우리의 사회와 삶을 반추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서용선, 박은태 작가가 묘사한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과 팽목항의 풍경 등은 세월호 사건을 리얼하게 기록함으로써 우리에게 그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게 한다.

반면 노충현은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떤 공간을 그리고 있지만 그의 풍경에서 우리는 어떤 공간을 연상한다. 그가 그린 공간은 어떤 사실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속에 감춰진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현실을 환기시키는’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모티브가 된다.

# 기록하다

‘기록하다’는 행위는 세월호 참사 이후 건축, 사진, 디자인,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사건을 담아낸 예술가들의 행동의 메타 아카이브인 ‘예술행동 아카이브’로 제시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예술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 운동에 개입하며 사회적 망각에 맞서 기록하고 기억하는 예술적 실천을 통해 사회적 연대를 이어가고자 했다.

‘예술행동 아카이브’는 문학, 건축, 디자인, 시각예술, 음악 등의 분야에서 세월호를 주제로 작업해 온 예술가들의 실천에 대한 기록이자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초보적인 단계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고자 기획됐다.

# 예술의 역할

▲ ▲조소희 作, ‘봉선화 기도’.
▲ 조소희 作, ‘봉선화 기도’.
최은주 도미술관장은 "세월호의 비극은 한국사회의 구조와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동시에 회의와 분노를 느끼게 한 사건으로, 희생자들의 허망한 죽음에 다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는 수준을 넘어 이 사회와 연결된 우리 삶이 어떠한 좌표를 가지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게 된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라며 "‘사월의 동행’전의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묘사하고 있기도 하지만, 반면 그로 인해 촉발된 우리 사회의 불안과 모순을 조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비극적인 참사 앞에서 함께 슬퍼하고 손을 내밀어 기도하는 인간 본성과 예술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