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jpg
▲ 김정제 인천 불은초등학교장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을 돋우는 잎새달 4월이다. 학교에서도 학년초의 낯섦이 해소되고, 어수선함도 정리돼 교육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을 교수·학습활동이라고 한다.

즉, 교사 입장에서 이뤄지는 교수활동과 학생 입장에서의 학습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학생의 다양한 소질과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교사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심지어는 그것을 권한으로 착각하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체벌, 복장, 두발 제한, 상벌점제 등 학생인권 관련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서울 초·중·고교생 10명 중 2명이 여전히 학교에서 체벌을 받고 있고, ‘교사에게서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도 30%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 있다.

조사 대상 3만4천843명 중 2만1천628명(62.1%)이 참여한 학생인권 관련 최초의 전수조사라고 한다. 최근 1년간 학교에서 체벌을 받은 경험에 대한 질문에 18.8%가 ‘그렇다’고 답했다. 급별로는 중학생이 가장 높은 30.8%, 고등학생은 22.3%, 초등생은 14.9%가 체벌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사립(26.7%)이 국공립(15.6%)보다 체벌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학생들이 ‘학교나 선생님이 학생을 공정하게 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14.9%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는데 초등학교 7.5%, 중학교 16.1%, 고등학교 27.3%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정적 답변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폭언을 들었다는 비율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학생들의 27.8%가 ‘2015학년도에 교사에게서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는데, 고등학생이 26.7%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24.8%, 초등학생 16.2%가 폭언 경험을 털어놨다.

 한편, 학생들이 가정에서 경험하는 체벌이나 폭언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은 경향을 보였다. ‘부모님을 포함한 보호자에게서 2015학년도에 체벌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21.7%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초등학생이 23.5%의 비율로 중학생(21.6%), 고등학생(18.3%)보다 다소 높았다.

 지난 7일 경북 영주의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학생에게 40여 분간 ‘무릎 꿇고 손들기’, ‘엎드려 뻗쳐’, ‘머리박기’ 등의 체벌을 가한 사건이 불거져 물의를 빚고 있다. 수업전담교사에게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뒤 그 학생을 불러내 벌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칼로 친구의 손등을 그어 보라’, ‘친구의 옷을 쓰레기통에 넣어라’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그 적절성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물론 그 교사는 ‘그러면 안 된다’는 답변을 듣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말하지만, 참으로 가르치는 방법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맹자는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有如時雨化之者(유여시우화지자):제때에 내리는 비가 초목을 저절로 자라게 하는 것과 같이 하며, 有成德者(유성덕자) 有達財者(유달재자):덕(德)을 이루게 해 주며, 재능(才能)을 발달시켜 주며, 有答問者(유답문자) 有私淑艾者(유사숙애자):물음에 대답해 주며, 혼자서 덕을 잘 닦아 나가도록 해 주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 학생을 위한 훈육 차원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체벌과 폭언이 학생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교사 자신의 뜻에 순종하지 않는 것에 대한 화풀이와 보복은 아니었을까? 백번을 양보해서 설령 그렇다 해도 당사자인 학생이 수용하지 못하는 체벌과 폭언이라면 이미 교육적 효과는커녕 불만과 반발만 초래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가르침이란 강요나 억압이 아니라 초목이 저절로 자라도록 제때에 내리는 비와 같은 것임을 재삼 명심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