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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장
시간이 나는 대로 집사람과 함께 승기천변을 자주 걷게 된다. 승기천변이라고 하지만 하천 주변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많은 공원길도 함께하면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주변 경관을 보게 되며, 오가며 걷는 많은 사람들의 아웃도어 복장에서 바뀐 계절을 보게 된다. 다정한 부부의 모습도 보고, 친구끼리 혹은 연인끼리 함께하는 많은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가 걷는다는 것,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요, 살아가는 선물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권이라고 여긴다. 그러기에 지금 살아있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행운이다.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아마 더도 말고 다정한 사람과 혹은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계절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그 옷에 맞는 신발을 신고 마음껏 가고 싶은 곳을 걷고 싶다고 할 것이다.

 작년 말부터 고등학교 동기생 몇 명이 만나서 개인의 건강을 위해 가벼운 산행과 함께 전국 각지에 잘 만들어진 둘레길을 매주 토요일 함께하기로 했다. 정말 무리 없이 각자 건강체질에 맞춰 함께 할 수 있는 우정이 넘치는 걷기를 하기로 했다. 물론 걷는 길이라 해서 대단한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청계천변, 아름다운 우리 인천의 섬인 신도·시도·모도, 계양산 둘레길 등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있었던 바로 우리 곁에 늘 있었던 곳이었다. 청량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초·중·고 시절에 송충이 잡던 그 장소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추억도 떠올리면서 우리가 벌써 이만큼 나이를 먹었는지를 실감하기도 했다.

 걷기를 시작하면서 변해 가는 자연을 보고 배우며,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며 양보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가장 좋은 대화만을 할 수 있었고, 바쁠 것 없이 특별히 목적지라고 할 수 없지만 다다를 수 있는 그곳에 커다란 마음을 담고 천천히 걷기도 하고, 가다가 마주오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할 수 있는 마음까지 전할 수 있어 좋았다.

 생각해 보면 걸어가는 것은 참 좋은 선생님이고, 더 좋은 친구가 된다. 걷다가 어쩌다 넘어지려고 할 때 의지해 주고, 숨이 가쁠 때 손을 내밀어 용기를 북돋아 주며, 가면서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며, 어깨에 정다운 손을 얹어 줄 수 있는 정겨운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걸어 보기도 하고 여러 차례 가 본 길을 걸으면서도 누구와 함께인지에 따라 새롭게 생각되기도 한다. 더욱이 정겨움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걸음이 되기도 하며, 무수히 많은 만남이 있고 다음 토요일에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또 다른 걸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친구를 자주 볼 수 있어 좋고 격의없이 막걸리 한 잔 주면서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마음에 함께 걸었던 길이 더욱 고맙고, 언제나 마음 편하게 계산하겠다고 고집 부리는 멋진 친구가 밉지 않게 해 주는 걷기가 좋아지고, 늘 든든하게 마음을 지켜주는 옛날 장군아저씨 별둘 친구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밉지 않는 이야기가 살아나게 해 주는 걷던 길이 고맙고, 언제나 말 없이 사람 좋은 아저씨 같은 곁으로 다가오는 친구가 씩 웃는 웃음이 살아나는 걷던 길이, 참 좋은 토요 걷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젊은 우리에게 사랑을 주고 열정을 지핀다.

 걷자! 걷자! 친구야 걷자! 그것이 힘이다. 바로 그거다.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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