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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근재 화군 의사회장
20억 원을 지원하고 부동산 혜택도 주고 관이 나서서 환자 유치와 병원 홍보도 해 주겠다고 하니 배보다 배꼽이 훠~얼씬 더 큰 건 아닐까? 보건복지부가 최근 분만취약지역에 첫해 10억 원(인건비 5억 원, 장비시설비 5억 원), 이듬해 5억 원(인건비)을 지원할 테니 분만 산부인과를 개설하라고 독려한 적이 있다. 전국적으로 25개 지역이었는데, 실제 시행된 곳은 한두 곳 지방의료원이었고 그것도 2년을 넘기고는 운영이 거의 중단됐다. 손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이러한 지원정책은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이다. 분만 수가 많으면 당연히 의사, 간호사 등 인력이 더 필요하고 장비, 공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병원급으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도 분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분만은 간단한 의료 과정이 아니다.

 출산을 앞둔 산모라면 누구라도 안심하고 믿을 만한 분만 산부인과에서 출산하기를 원할 것이다.

임신부가 산전 진찰을 위해 임신부터 출산 때까지 12회 정도 병원에 가고(임신 6주, 8∼9주, 11∼12주 15∼16주, 20∼22주, 25∼28주, 30주∼32, 34주∼36주, 37주, 38주, 39주, 출산으로 가정한다) 월 20명이 분만을 할 때 매회 교통비로 5만 원을 지급한다고 한다면 연간 약 1억4천400만 원이 필요하다.

20억 원이면 13.9년간 지급할 수 있다. 즉, 임신부 1인당 임신기간 동안 교통비로 50만 원씩 13년 이상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월 10명이 분만을 한다면 교통비로 1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고, 50만 원씩이면 27년간 지급할 수 있다.

 강화군에 분만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분만 산부인과를 세우기 위해 구상을 해 봤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쉽지 않은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산모 수가 적은 것이다. 과거 분만 산부인과가 있었던 시기에 월평균 분만은 10건 정도였다고 한다.

그나마도 분만사고가 발생하면 원인 결과에 상관없이 다 강화군을 떠났다. 누구라도 사고가 있었던 병원을 이용하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요즘에는 교통이 편해서 조금만 움직이면 훨씬 더 좋은 시설을 갖춘 분만 산부인과에 갈 수 있지 않은가?

 이제는 강화군청에서 분만 산부인과를 세우기 위해 덤으로 많은 다른 혜택을 주겠다고 나섰다. 우선 요양병원을 해서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고, 초기에 장비를 구입할 수 있게 20억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병원 부지는 보건소 앞 개발제한지역에 약 1만9천㎡를 매입할 수 있게 도와주고, 개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형질변경을 거쳐 병원 건물을 세울 수 있게 지원해 주기로 했단다. 비록 개발제한구역이라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시설을 세울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병원이고, 기타 공익에 필요한 시설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까다로운 충족 조건이 따를 수밖에 없어 반드시 군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할 것이며, 대단한 특혜를 민간기관에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이렇게 하는 것만이 최선인지, 더 적절한 방안은 없는 것인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군민을 위해 하는 사업이라면 누구라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테지만 그 사업의 적절성·정당성·현실성·효율성 등에 관해 관련 전문가 및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을 갖고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내 생각만이 절대 진리라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강화군민 수가 현재 약 6만7천 명이라 한다. 20억 원으로 군민 1인당 2만9천800원씩 지급할 수 있다. 4인가구면 11만9천400원이다. 연간 3천5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강화군 재정에서 자체 세수가 연간 약 200억 원 정도라고 할 때, 20억 원은 매우 큰 돈이며 누가 봐도 군 재정상 여유로운 돈이라고 할 수 없다.

 기존의 관내 의료기관을 도태시키고 외부 의료기관을 끌어들여 이 큰 돈을 지원하면서 부동산 혜택도 주고, 게다가 관이 나서서 환자 유치와 병원 홍보도 해 주겠다는데 과연 군민을 위한 사업인지 해당 병원을 위한 사업인지 의문이 들고, 현 강화 의료 상황에서 다른 어떤 사업에 앞서 반드시 먼저 시행돼야 하는 사업인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는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이보다도 더 현실적이고 효용성이 높은 다른 방안은 없는지 많은 고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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