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에서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매몰됐던 시민들이 3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18일 AP통신과 미국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마나비주(州) 만타의 한 쇼핑센터에서 이날 새벽 한 여성이 무사히 구조되는 장면이 현지 TV를 통해 방영됐다.

무너진 천장과 바닥 사이에 갇혀 있었던 이 여성은 소방관들이 뚫어낸 직경 70㎝ 크기의 콘크리트 구멍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잔해에 깔린 주민 구조하는 구조대원들 [EPA=연합뉴스]
건물 잔해에 깔린 주민 구조하는 구조대원들 [EPA=연합뉴스]

사기가 오른 구조대원들은 인명 구조견을 이용해 수색을 계속했고, 비슷한 장소에 갇힌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을 추가로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쇼핑센터 지붕과 바닥 사이에 갇힌 채 32시간을 보냈지만, 비교적 양호한 건강상태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콰도르 당국은 이 쇼핑센터에서 전날 구조작업이 시작된 이후 24시간 동안 모두 8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조를 앞둔 생존자가 여진으로 인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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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잔해에 깔린 주민 구조하는 구조대원들 [AFP=연합뉴스]
구조대는 콘크리트판에 다리가 깔린 또 다른 여성을 구조하려 했으나 여진이 덮쳤고, 이 여성은 건물 잔해의 움직임에 휘말려 숨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에콰도르 현지에서는 무너진 건물에 매몰돼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생존자들이 많을 것이란 희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리베라 키토 긴급구조대장은 "중상을 입지 않은 사람은 매몰된 상태에서 약 1주일간 생존할 수 있다"면서 "이후에는 (생존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구조작업이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에는 스페인과 페루, 쿠바,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남미 주변국 출신의 구조대원 450여 명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제 시간 내에 매몰된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데는 충분치 못한 수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으로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일부 지역 주민들은 구호물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7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마나비주(州)의 주도 포르토비에호를 찾았을 당시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식수공급'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포르토비에호에서는 페데르날레스로 향하던 구호물자 트럭 2대가 무장괴한들에게 강탈됐고,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등 재난을 틈탄 무질서와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만타와 포르토비에호 인근 교도소에서는 무너진 벽을 넘어 재소자 300여 명이 달아나는 일도 벌어졌다. 당국은 현재까지 이중 50여 명을 잡아 재수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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