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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일본의 역사 왜곡과 역사적 사건 때마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바로 알자고 뜨겁게 달아오르곤 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역사와 문화’는 빠지지 않고 단골 문구로 선정하면서 실천은 별개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알자는 문화운동이 더욱 확대되길 꿈꿔 본다. 3월에는 안산 대부도의 수리부엉이가, 4월에는 금강송 사진작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공통적인 것은 사진작가와 문화유산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문제의 시초가 됐다.

 안산 대부도에는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가 1989년 이후 사라졌다가 최근 생태계 복원의 의미로, 멸종위기의 동물이 우리 곁에 나타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사진작가들의 욕심이 생태계 파괴와 수리부엉이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있단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둥지 앞의 덤불을 강제로 걷어내고, 나무를 잘라내고 무분별한 야간 촬영이 문제가 됐다.

천적에 노출되는 수리부엉이 새끼와 먹이를 주지 못하는 어미 수리부엉이, 야간에 조명을 터뜨리며 사진 찍는 군상들, 이미 그들은 사진작가가 아니며, 수리부엉이 사진을 파는 장사꾼으로 전락했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더 웃기는 일은 서식지 주변으로 무허가 건물이 들어서고 나무들이 무단 벌목되는 등 일대가 몸살을 앓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불법이 계속되고 있지만 안산시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담당이 아니라며 서로에게 관리·감독을 떠넘기고 있단다. 이 문제가 구역 싸움인가? 관리는 미루고 돈이 된다 싶으면 서로가 구역이라고 우기겠지. ‘담당이 아니다’란 말은 너무 무책임했다.

 금강송은 우리나라의 문화재 복원 시 꼭 필요한 재료이기에 보호수로 관리하고 있다. 울산지역의 금강송 지역은 지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것이다.

그런데 모 사진작가는 작품(?)의 완성도, 사진의 구도를 잡기 위해 지역주민을 고용, 200년 된 나무를 수없이 벌목하고 사진을 찍었단다. 멋진 금강송의 사진은 전시회를 통해 우리에게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자연도 훌륭한 문화유산임을 알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십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멋진 사진의 뒤에는 인간의 욕심(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나무를 베고, 수리부엉이의 생명을 위협 하는 등)이 숨어 있다.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수령 200년이 넘는 금강송을 베어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사진을 보고 멋지다고 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더러운 과정을 알았다면 자연의 신비와 그동안의 작가의 노력은 사라지는 것이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밤과 더위와 추위, 비와 바람, 폭풍에 시달리는 전문 사진작가들을 한방에 욕 먹이는 양아치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이다.

 예술의전당은 사진작가의 사진전에 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품을 공공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대관 계약을 취소했고, 이에 반발해 기획사는 법의 힘을 빌렸다. 법은 기획사에 손을 들어줬고 기획전은 계획대로 진행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예술의전당 담당자들의 노력이다. 사진작가의 전시를 취소하려고 담당자가 노력했지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획사의 노력(?)에 지고 말았다. 사진작가는 벌금으로 처벌을 받았고 법에 어긋나지 않기에 작가전을 시행한다고 한다. 법도 좋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작가는 작가로서의 윤리가 있고, 법은 법의 원칙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법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윤리와 도덕성이 아닐까.

 결과만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멋진 사진을 위해 천연기념물이 죽어가고,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식물 군락지가 짓밟히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막을 법이 없다면 이제는 ‘해당 법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범위의 테두리를 정해야 하고, ‘해당 관할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잃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금수강산(錦繡江山)의 대한민국은 금수(禽獸)만 넘치는 강산이 됐으며,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유산 보존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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