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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주 변호사
정신보건법에 의한 강제 입원 사례 1. "15년 전부터 정신병원에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어요. 병원에서 저를 퇴원시키면 가족들은 저에게 술을 마시도록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유혹에 또다시 술을 마셨고 그 후론 기억이 없어요. 그리고 다음 날 건장한 남자 네 명이 와서 저를 마구 묶고는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사례 2. "저는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나라에서 병원비를 대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치매인 어머니와 여동생이 보호의무자로 입원에 동의를 했더군요. 여동생은 저랑 따로 사는데도 같이 사는 것처럼 전입신고하고 보호의무자가 됐습니다."

 사람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다는 것이 바로 ‘영장주의’다. 영장주의는 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고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법관에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국가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하지만 항상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보건법은 환자의 부모, 자식, 배우자 또는 생계를 함께 하는 형제 같은 친족을 보호의무자로 규정하는데, 보호의무자 2인 이상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으로 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법원에서 이뤄지는 인신보호재판은 거의 대다수가 위 사례와 같은 정신병원의 강제 입원이 법을 어겼는지 또는 부당한지를 심리하고 있다. 법관의 영장 없이 이뤄지는 강제 입원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첫째, 금전, 즉 돈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법관은 사건 당사자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지만, 정신의료기관은 환자가 입원하면 수익을 얻는다. 이런 사정이 의사가 환자를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강제 입원된 환자는 대부분 돈이 없다. 그동안 몇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경제활동 자체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환자가 정신질환을 앓는 데다 경제력 또한 없으므로 환자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으며, 강제로 입원시키려 한다.

 한편, 환자들은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초생활수급자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그 비용도 국가에서 지원되고 있다. 가족들은 ‘골치 아픈’ 환자를 무료로 병원에 입원시키고, 병원은 국가로부터 확실한 수익을 얻는다. 이처럼 강제 입원은 환자와 그 가족, 의사 사이에 ‘돈’과 ‘경제력’, ‘수익’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두 번째, 법관은 의학적인 부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정신병원과는 별도의 의학적인 소견을 인신보호재판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강제 입원된 환자에게 경제력이 없으니 대부분 변호인도 국선변호인이며, 정신감정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결국 국가에서 비용을 지급해 줘야 하는데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정신감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 매우 신중하다. 물론 감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와 인신보호 청구 자체가 남발되는 경우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결국 인신보호재판에서 환자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은 그 환자를 수용한 의료기관의 견해를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정신병원도 ‘환자가 퇴원해도 된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세 번째, 보호의무자가 재판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의 입원이 정당한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입원 경위와 가족력, 환자의 평소의 상태를 잘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가족, 즉 보호의무자의 진술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보호의무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충실한 심리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출석하더라도 몇 마디 질문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환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도 병원 측이 제시한 견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 재판은 형식적으로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강제 입원은 보호의무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으로 이뤄지는데, 이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심리되지 않으니 인신보호재판의 인용률이 낮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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