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한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잇따른 지진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창고처럼 소홀히 대피소를 방치하면서 문이 닫혀 있거나 주민들이 대피소 위치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도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에는 전체 도민 1천17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4천677개 대피소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상당수 대피소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양시 호계동의 한 아파트는 재난대피소로 지정돼 있었지만 시민들이 내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출입문이 잠겨져 있었으며, 대피소 안내표지판도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었다.

의왕시의 한 아파트는 건물 안내도에서 대피소가 어디에 마련돼 있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으며, 긴급상황 시 호출할 담당관리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어떠한 안내문도 부착돼 있지 않았다. 대피소 출입문을 직접 개방하자 내부에서 심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대피소 벽면에 균열이 난 틈으로 흘러내린 물이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을 대피소로 운영하면서 협소한 공간에 폐의류 수거함과 각종 장비를 방치해 두고 있었으며, 대피시설에 갖추고 있어야 할 구명장비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도 지하 1층에 대피소가 마련돼 있었지만 이를 알려 주는 표시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문이 잠겨 있거나 생활쓰레기, 폐목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특히 대부분 시민들은 주거지나 직장 인근에 소재한 대피소 위치를 파악조차 못했다. 취재진이 수원과 안양·의왕 등 3개 시 2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7%(17명)가 거주지 대피소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이모(48)씨는 "우리나라도 언제 일본과 같은 지진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주민들에게 가까운 대피소 위치를 알려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만일 대형 재난이라도 발생한다면 막대한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내 지자체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대피소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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