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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1968년은 혁명의 해였다. 소위 ‘68혁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당시의 사건은 학생과 근로자들이 주축이 된 사회변혁 운동으로, 이는 프랑스에 만연했던 권위주의와 보수체제 등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강력한 저항과 반발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 운동은 남녀평등과 여성해방, 학교와 직장에서의 평등, 미국의 반전, 히피운동 등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산됐고, 정체된 아버지 시대와의 작별을 고하는 하나의 사건이 됐다.

 이는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됐을 뿐 아니라 미국·일본·독일 등 국제적으로 번져 나갔다. 그리고 그 혁명의 시간에 영화의 새로운 역사도 함께하고 있었다.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움직임을 뜻하는 누벨바그는 1950년대 후반에 시작된 영화혁명으로, 관습적인 영화문법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적이고 창의적인 영화언어들을 탄생시켰다.

그런 흐름이 이어지던 1968년 2월, 5월 혁명의 전초전 격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당시 젊은 영화인들의 성지이자 누벨바그의 발생지로 추앙받는 영화관 시네마테크의 폐쇄와 그 운영자 앙리 랑글루아의 해임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 ‘몽상가들’은 바로 이 혁명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안에 청춘과 성(性) 그리고 정치가 시대의 분위기와 함께 폭발하고 있다.

 미국인 유학생 매튜는 혁명의 불씨가 뜨겁게 타오르는 1968년 봄 파리의 한 극장인 ‘시네마테크’를 찾는다. 자칭 영화광 매튜는 그곳에서 쌍둥이 남매 이사벨과 테오를 만나게 된다.

세 사람은 영화라는 공통 관심사 속에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청춘과 영화, 사랑과 정치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논쟁적으로 공유한다. 그러나 이들의 아지트와 같았던 시네마테크가 앙리 랑글루아의 해임으로 폐쇄되면서 세 청춘들은 한곳에 모여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혼란스러운 현실과 격리돼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세 사람은 꿈꾸는 이상주의자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안에 당시의 찬란했던 누벨바그의 젊은 영화와 지미 핸드릭스로 대변되는 록음악, 히피와 자유의 정신, 육체에 대한 호기심 등이 뒤엉켜 혼란스럽지만 순수하게 열정적이었던 청춘의 한순간들이 콜라주 형태로 포착된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감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 출신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2003년작 ‘몽상가들’은 혁명의 시대를 걸어온 자신의 경험과 맥을 같이하는 작품이다.

 감독 스스로 밝힌 이 작품의 화두는 ‘영화, 성(性), 정치’로 영화를 계기로 세 청춘들이 만나게 되고, 성이 매개가 돼 본능적으로 소통하고, 이후 혁명의 거리로 나서며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봉된 지 10년이 넘은 이 작품은 지금 봐도 여전히 청춘 특유의 관능과 열정,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아냈다고 보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

 자신이 지나온 청춘에 대한 노스텔지어에 머물렀다 해도 그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 있었을 시간에 대해 감독은 만족하지 않고 좀 더 욕심을 냈다. 그 결과 강박에 가까운 혁명과 정치에 대한 인용과 연결고리로 인해 심오함을 강요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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