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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4·13 총선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다. 이번 선거는 여느 때보다 짧은 시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야말로 너무나 엄청난 산고(産苦)를 치르고 난 후에 시행된 것이어서 개개인의 의사를 넘어 전체 민심의 향배가 관심거리였다.

통상의 일처럼 개인이 선호하는 정당이나 인물들에 대한 호불호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경우도 많았을 터이고, 그래서 주변인들의 당혹감과 좌절 그리고 탄성과 감격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된 것 같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가 예상 밖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는 만큼 곧바로 닥쳐올 정치권의 ‘새 판 짜기’는 오히려 더 치열한 정쟁(政爭)이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라는 제도를 채택하는 것은 집단의 결정이 개개인의 결정보다 더 이성적(理性的)이라 봤기 때문이고, 세습이 아니라 공천이라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그 효용성에 무게를 두고자 함이었다. 국가는 공동생활의 틀 속에서 풍습이나 도덕 등의 자율적인 규범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질서를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법과 그 밖의 방법을 동원해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고, 정치는 여러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각 지역의 선량(選良)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선거는 총과 칼을 동원하지 않을 뿐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이라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특출한 비상수단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보다 비교 우위를 선점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순간의 방심은 파멸과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에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매사 신속하고 정확하게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과 판단력이 요구되며, 여기에 정치적 감각이 탁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항상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1997년의 IMF 사태 이래 20년간 각 정권은 결과적으로 ‘경제’와 ‘일자리’를 외치면서 매진해 왔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와 닿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고, 때로는 ‘권력’의 유지나 교체를 위해 군중심리를 악용하는 포퓰리즘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상호 공박도 있었다.

그와 더불어 대다수 국민들은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부단히 저항하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다양하고도 조직적인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생문제의 해법에 대한 정치권의 이견(異見)은 아직도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인류의 발전은 경쟁에서 비롯됐다. 매번의 선거가 설렘을 갖게 하는 것은 이러한 난제들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다.

 단지 선거판 일부의 혼탁과 과열이 부정적 측면을 유발시키고는 있지만 그 역시도 선거에서는 흔히 나타나는 풍경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엄정하고 공정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면 그뿐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열악한 여건을 극복해 낸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 심화될 것이다.

 선거의 역사라는 큰 틀에서 보면 예측되지 않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겨나는 것은 흔한 일로, 이번 선거 역시 그간 우리가 경험한 몇몇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한 결과다. 앞으로 정치권에서 전개될 논공행상, 책임전가, 이합집산 등 각 정당이 치러야 할 홍역도 새로운 변화를 위한 전주곡 정도로 이해해 줄 수도 있다. ‘패배와 승리’는 정치권의 논리일 뿐, 국민을 놓고 벌이는 ‘게임’에는 승패가 없다. 민생 앞에 항상 긴장하고 국민을 위하는 선량이 아니라면 어느 국민이 그들에게 엄청난 세비와 권력, 명예와 특권을 부여하려 하겠는가?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의식이 결코 고답적이지 않음을, 그래서 더 이상 계몽의 대상이 아님을 인식한 바탕에서 국민을 위해 낮은 자세와 최선을 다하는 겸허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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