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보다는 정의를 가르치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이 예술가이자 미술 교사인 저의 몫이자 오랜 신조입니다."

인천 인제고등학교에서 22년간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인 서양화가 조규창이 인터뷰를 시작하며 던진 의미 있는 말이다.

먼저 교사 입장에서 "붓을 잡더라도 순수미술보다 취업이 쉬운 디자인 등을 선호하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도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놓고 수업을 진행하는 등 위안과 편안함을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평온함을 찾고 예술 수업에서 창의성을 얻어 가길 바라는 것이 교사의 마음이라면 화가로서는 좀 다르다.

사실 그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지난해 부천시에서 열린 제22회 개인전까지 모든 전시의 주제는 하나같이 ‘우리들의 이야기’로 같다.

이에 대해 조 작가는 "마음속에 잠재된 어린 시절 동심 세계나 자연의 모습들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형체로 완벽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닌, 도형·모형화해 관객의 해석에 맡기는 물음표를 던져 주는 식으로 작품을 이어나갔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하는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조규창 작가는 "줄곧 고수하고 있는 명제 ‘우리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삶의 이야기"라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인지하지 못하고 아름답게 스쳐 가는 기억과 경험들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는 김천에서 태어나 인천으로 올라온 촌사람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를 오랫동안 봐 온 예술인들의 평이 말해 준다.

화가 도지호는 "그림이 곡과 가사가 잘 어울리는 유년시절 동요 같다"고, 권숙월 시인은 "나무·풀·꽃·새 등 유년시절의 추억을 이야기로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고 전했다.

소래포구 등 인천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이곳저곳을 누볐던 그의 작품은 밀도감을 높이기 위해 두껍게 작업을 하는 게 도드라진 특징이란다.

인천중등미술교사회 등에서 활동하며 인천에서 세 번의 전시를 열기도 했던 조 작가는 최근 지역에서 일고 있는 시립미술관 건의 논의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건넸다.

"무엇보다 대중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위치가 중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시민들의 관심보다 더 좋은 사랑은 없다는 것이 화가로서의 바람"이라고 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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