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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락기 時調시인
충주시 수안보의 봄 한철은 벚꽃과 함께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 15∼17일 사이에 제3회 ‘수안보온천 시조문예축전’을 열었다. 본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시조문학진흥회가 주최했다.

 이날 흐드러지게 핀 벚꽃 이파리는 봄바람에 흩날리면서 석문천변 가로수길을 온통 하얗게 색칠했다.

작년보다 이틀 빨리 열었는데도 벚꽃은 더 먼저 저를 피웠다. 우리 시조도 하루빨리 꽃피기를 바란다. 한겨레 전통의 대표 시가라 할 수 있는 시조(時調)! 천여 년의 세파를 견디면서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수안보온천 시조문예축전’은 면단위 행사로는 큰 행사다. 3일간에 걸쳐 전국시조백일장, 온천시조문학상 및 역동시조문학상 시상, 시조화 전람회, 수안보 관련 노래 발표, 주민과 함께하는 시조 낭송회 등 그 행사가 다채롭다.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의 후원으로 추진한 행사인 만큼 32회째를 맞이하는 수안보온천제의 품격을 높이면서 우리 시조를 일반 주민 속으로 절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 그 취지였다. 충주 수안보라는 특정 지역을 테마로 해 시조시인을 대상으로 공모, 그간 전시한 작품만 해도 70여 편이 넘는다. 능히 온천시조비 공원을 만들어도 될 성싶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전국시조백일장을 통해 수안보와 시조를 알렸다. 본인은 작년에 소프라노 양지가 부른 ‘수안보 속말’이라는 시조가곡 작품으로, 올해는 이를 운파 명창이 경기민요조로 불러 다시 알렸다. 또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트로트풍의 대중가요 ‘수안보 연가’를 작사해 이날 가수 청이의 열창으로 발표했다. 후원받은 지역 당국에 대한 보답 차원이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에서 ‘제36회 파리도서전’이 열렸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돼 상당한 전시공간이 제공됐다. 4일간 열린 이 행사에 문인 등 초청된 한국 작가는 30명,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주요 전시도서는 130권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 초청 작가에는 시조시인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보였으며, 또한 주요 전시 도서 속에는 시조작품이 들어있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연유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우리 정통 문화에 대한 관계 당국의 인식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것이 현재 우리 시조(계)가 처한 상황이다. 부끄럽고 슬프다!

 개막식 날 한국관에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참석했고 아줄래 문화부 장관은 ‘문화는 프랑스의 심장’이라고 말했단다. 사유야 있겠지만 우리나라 문화당국 장·차관과 주불 대사는 참석하지 못했단다. 문화의 소중함은 금은보화로도 바꿀 수 없다.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 때 주빈국으로 초청된 우리나라에 대해 외국인들은 왜 한국의 대표 시가인 시조집이 전시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한다. 그럼 올해 파리도서전에서는 물은 외국인도 없었단 말인가? 10여 년이 지나도록 문화당국도 시조단도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지나 않았는지 참담하다.

 한편, 얼마 전까지 방영된 모 방송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한류 붐을 다시 한 번 조성하고 있다. IT강국인 우리나라 방송매체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이에 그 누구에게 우리 시조나 시조시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작을 제안해 본다. 저 조선조의 매창이나 황진이를 소재로 해도 좋겠다. 이즘의 시조시인과 시공을 초월한 교류와 사랑을 테마로 해도 좋겠다. 멋들어진 현대 시조 낭송이나 가곡이 흘러나오고, 고시조창이나 시조민요가 깔려도 좋겠다. 우리 시조를 한글로 낭송하는 외국인이 주인공의 한 사람으로 등장해도 괜찮겠다.

 수안보에서 시조문예축전을 여는 것은 우선 지방의 한 작은 곳에서부터라도 우리 주민에게서 시조의 싹을 틔워 이를 전국화하고, 나아가 세계화하기 위한 것이다.

시조는 우리글, 우리말인 한글로만 주로 짓는다. 작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먼저 시조를 지어 본 후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에게 가르치고 알려 보자. 이미 오래전 전국화 내지 세계화된 일본의 하이쿠 사례를 다시 들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란다. 시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통의 정신문화유산이라 하겠다. 역사와 뼈대가 있는 한류 정신문화의 꽃! 반짝하다가 지는 꽃이 아니다. 정통 한류문화의 꽃으로 활짝 피는 시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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