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석.jpg
▲ 서광석 인하대학교 이민·다문화학과 교수
체류 외국인 2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한국사회는 ‘다문화’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 가운데 이민·귀화자는 31만여 명으로, 인적 구성을 보면 외국인 15만 명, 혼인귀화자 9만5천여 명, 기타 사유 국적 취득자는 6만5천여 명이다.

 귀화의 경우 1948년 한국정부 수립 이후 63년 만인 2010년 말께 귀화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15년 말 현재 16만여 명에 달한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귀화자는 2000년까지 연평균 34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연평균 1만여 명으로 급증해 최근 10년 동안의 귀화자가 전체 귀화자의 98%를 차지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을 가진 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거나 차별을 경험했을지 모른다. 한국인의 지독한 고질병인 ‘편견과 차별병’은 과연 치유가 불가한 병인가? ‘다문화’ 용어 사용 10여 년 동안 인도 출신 교수 H(29)씨 인종차별사건, 우즈베키스탄 출신 결혼이민자 G(30)씨 목욕탕 사건 등 차별과 편견사건들이 줄이어 발생했고, 그때마다 모든 국민들은 외국인 인권 보호 및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포용을 외쳤다. 하지만 ‘다문화’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되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허상의 포용이었다.

 이민·귀화자의 경우 한국으로의 이민 후 일정한 요건을 갖춰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했으면 국민으로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며, 그에 따른 권리 또한 향유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적 자는 속인주의 출생자, 국적 회복을 한 자, 특별 또는 일반 귀화자이든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어떠한 경로를 통해 국적을 부여받았든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떠한 차별이나 선입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제10조와 11조에서와 같이 이민·귀화자에 대해 속인주의에 의한 국적 자와 비교 차별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혼인·귀화자는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모국의 부모가 한국 내 합법 체류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롭다. 결혼이민자에 대해 한국사회 조기 적응 지원 목적(외국 배우자의 부 또는 모가 결혼이민자의 자녀를 돌봄)으로 초청해 자녀가 5세 미만까지 장기 체류(경제활동 제한)를 선별적으로 허가하고 있지만, 이민·귀화자의 부모는 한국 내 체류가 현행법으로는 사실상 어렵다. 현행 제도 하에서도 자녀 돌봄 목적으로만 체류를 허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국한 많은 결혼이민자 친정부(모)는 불법 취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일부 이민자들이 악용할 소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모든 국가의 국민과 자유의사에 따라 혼인을 할 수 있으며, 그의 모국 친생 가족은 언제든지 한국의 이민·귀화자와 그의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국가 안보를 저해할 만큼의 위급사항 외 이민·귀화자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국가가 근거 없이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법 취업자를 양산하기보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업종(농업, 임업, 축산업 등)에 한해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가 협의, 일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주류사회의 문화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편견과 차별로 얼룩진 국민의식이 문제다. 주류사회가 다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차별과 편견의 안경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종, 민족, 종교,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류사회의 폭넓은 이해와 관용, 소수자의 정체성 유지와 소통을 통한 사회조직 내 상하좌우의 부단한 사회 통합 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다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이 변해야 한다. 입으로는 ‘세계화와 다문화’를 외치면서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다문화 10년’. 그들과 다같이 공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