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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 몸은 정직하다. 마음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몸은 무의식의 감정을 받아내는 그릇처럼 보인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싫은 상황이 되면 몸이 천천히 움직여진다거나 움직여지지 않는다거나 굳어 버린다. 인상은 펴지지 않고 구겨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몸이 피곤한 줄 모른다.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가고 몸이 위축된다.

 요즘은 몸을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미국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라이어’는 거짓을 이야기할 때 미묘하게 나타나는 어긋난 몸의 현상을 포착한다. 이런 현상을 이용해 범죄 수사에서 진술의 진의 여부를 밝히고 진범을 밝힌다.

 얼마 전 이 드라마에서 지속적으로 폭행당하는 아내가 목숨을 위협당하는 폭행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교살하려고 하다 미수에 그쳐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 나왔다. 여기에서 남편에게 반응하는 아내의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변호인이 평소 이 부부의 관계를 배심원들에게 이해시키고 동의를 이끌어 내는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는 지속적으로 폭행당하는 사연은 무시되고 살인미수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변호인이 갑자기 남편을 아내에게 가까이 데려가자 아내는 두려워하면서 피하는 몸짓을 한다. 늘 남편이 가까이 오면 구타당하므로 아내는 두려움에 방어하고 위축되는 몸짓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몸짓은 나도 모르는 무의식을 나타낸다.

 학생들이 학교에 지각하는 것은 학교에 오고 싶지 않은 몸짓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이 깨워도 안 일어나려고 하고, 학교 가는 동작이 느릿하다면 뭔가 학교에 가고 싶지 않는 이유가 있으며, 그것이 지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각을 자주 하면 학생에게 무슨 이유로 학교에 오고 싶지 않은지를 알아봐야 한다.

 이렇게 몸은 착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과 의식을 표현한다. 이런 몸의 사인을 무시하고 몇 년씩 지나면 몸은 더 이상 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병이 생긴다.

 현대사회에서는 만성질환 치료에 많은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 만성질환의 역사는 사실상 질병의 역사상 매우 짧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려진 만성질환에 대한 해결 방법은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 만성질환은 질환이 생기고 난 다음 치료하려고 하기보다는 질병 발생 이전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장려한다.

 이미 만성질환이 발생했다는 것은 오랫동안 몸에 나타나는 사인을 무시하고 돌보지 않은 경우다. 물론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 노출돼도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같은 위험요인에 노출돼도 반응하는 몸의 정도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몸의 주인은 몸의 반응을 그가 처한 상황 때문에 혹은 더 큰 스트레스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오랫동안 이렇게 몸이 알아달라고 하는 사인을 거부했을 때 결국은 질병에 걸려 몸에게 돌봐 달라고 호소하게 된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몸이 알리고자 하는 사인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직한 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즉 몸짓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지혜롭게 건강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작은 그리고 미묘한 몸짓은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알리는 사인이라고 생각하고 몸짓을 돌보는 것이 질환을 키우지 않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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