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지자체들이 공공기관이나 시내 주요 거점에 설치한 공공 자전거보관대를 부실하게 관리해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28일 경기도와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에 설치된 자전거보관대는 총 7천300여 곳에 달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매년 1천만∼3천만 원씩 비용을 들여 자전거보관대를 유지·보수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들이 장기간 방치돼 있는 자전거의 경우 소유주를 확인하기 어렵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리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수원시 화서역과 인근 환승주차장에 설치된 자전거보관대는 오랜 시간 수거되지 않아 흉물처럼 쌓인 자전거들로 폐기물 창고를 방불케 했다. 100여 대의 자전거가 잔뜩 먼지를 뒤집어쓴 채 가득 차 있었으며, 바퀴나 안장이 없는 파손된 자전거도 곳곳에 보였지만 이를 수거한다는 안내스티커는 단 한 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온 시민들은 보관대를 차지한 방치 자전거들로 인해 주변 가로수나 도로 펜스에 자전거를 묶어 놓았다.

화성시 병점역 인근 자전거보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장기간 방치되면서 녹이 슬거나 고장난 자전거 500여 대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고, 자전거에 설치된 바구니가 사실상 쓰레기통으로 쓰이면서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이곳에는 ‘다른 용도로 자전거보관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음에도 불구, 오토바이와 청소도구 등 온갖 잡동사니가 널려 있었다.

안양시 중앙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근처 편의점을 이용하기 위해 자전거보관대를 찾았지만 낡은 자전거로 가득 차 있어 보관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들은 관리에 손놓고 있다. 주민 신모(68)씨는 "한눈에 봐도 보관된 지 오래돼 보이는 자전거가 수두룩하다"며 "거미줄이 쳐질 때까지 치우지도 않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도내 지자체 관계자들은 "수시로 현장을 돌며 점검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자전거보관대를 일일이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김건우 인턴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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