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386 또는 486의 대표 주자로 잠룡(潛龍)으로 불렸던 그다.

 한때 민주당 내 수도권 유일의 3선 의원으로 최고위원을 거친 후 인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되며 당내에서 차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했던 그였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 이후 그의 이름은 순식간에 대중들에게서 사라졌다. 그렇게 그의 ‘정치인생’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황소라는 별명답게 거칠 것 없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4·13 총선에 등장하더니 가장 앞서 당선예상자 명단에 올랐고 순식간에 4선에 성공했다. 그렇게 정치인생에 다시 불을 붙인 그는 이제 당권에 도전장을 내고 더 큰 정치인으로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못 다한 이야기와 앞으로 어떤 정치상을 만들어 갈 것인지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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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다시 국회에 입성한다.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다시 일할 기회를 주신 주민들께 감사를 드린다. 인천에선 4선으로 최다선 의원이 됐다. 지금부터 계양을 지역을 잘 아울러 인천 전 지역을 잘 챙기겠다.

-선거 과정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최원식 의원은 아무래도 30년 친구이자 같은 당 동지였다. 끝까지 만류했지만 정식으로 탈당계를 내고 당을 떠났다. 인간적으로 힘들었다. 유권자들의 지지는 내가 처음부터 앞섰지만 인천 전체에 대한 책임감이 커서 부담이 됐다. 일각에서 계양구가 아닌 험지로 출마하라는 권유도 많았지만 당을 생각하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선거 때는 계양을은 물론이고 몰래 다른 지역 후보를 찾아가 지원유세를 했을 정도다. 그만큼 주변의 눈을 신경썼다. 나중에는 다행히도 ‘계양구에서 지지율 1위인 후보가 가장 열심히 뛴다’는 평가가 나와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인천시장에서 국회의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떠한 공약을 내놨나.

 ▶서운산업단지 확대 방안이 첫 과제다. 서운산단이 4년 프로젝트면, 확대하는 방안은 10년 가까이 걸린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폐합시키는 방안도 연결 선상에 있다. 김포공항 부지를 서운산단 확대 산업단지로 끌어안는 프로젝트다. 수도권 규제라는 난관이 있다. 단계적으로 해 보겠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을 계양역에서 아라뱃길 지나 검단까지 연결시켜야 한다. 귤현기지 차량을 검단으로 옮겨야 하는 과제도 있다.

-당권 도전을 선언했는데 상황은 어떤가.

 ▶당대표 출마는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당대표 출마를 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당이 영향을 줬다. 인천에서 현역 의원이 3명이나 탈당했다. 수도권에서 인천이 국민의당 바람이 가장 컸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기반이 국민의당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컸다. 당대표 출마를 통해 호남 지지세를 국민의당으로 떠나지 않게 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호남 민심을 붙잡는 데 작게나마 일조했다고 본다. 물론 당대표 이후에는 대권이 남아 있다.

-어려움은 없나.

 ▶당장 전당대회를 안 하려 하는 게 문제다. 연기하려 한다. 과도기 체제를 빨리 끝내야 한다. 정상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비상사태는 끝났다. 총선에서 1당이 됐으면 정상 수순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 비대위를 끝내지 못한다.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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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가 되면 인천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인천은 중앙 이슈가 안 된다. 이슈를 일으킬 스피커를 키워야 한다. 인천공항이 대표적인 예다. 비정규직이 6천500여 명이나 된다. 전체 직원의 80%가 넘는다고 한다. 인천공항 사장은 낙하산 인사고, 공항 보안은 매번 뚫린다. 대부분 아웃소싱 비정규직이고, 월급은 박봉이다. 당대표가 되면 이 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 당대표 아니더라도 이 문제는 짚어 봐야 한다. 인천공항이 연간 6천억 원 이상 당기순이익이 나지만 인천을 위한 지역사회 공헌이나 환원이 부족하다. 배당금을 연간 1천억 원씩 나눠 갖는다고 한다.

 이 밖에 수도권매립지 매립 종료와 OBS 경인방송 본사 이전, 계양산 골프장 등이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계양산은 롯데와 대법 소송이 끝나면 테마파크 등 지역사회 환원을 위한 공원이나 휴식처로 탈바꿈시키겠다.

-전임 시장으로서 현 시정을 어떻게 보나.

 ▶인천에 대한 파악이 대부분 끝난 뒤 떠나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재정사업으로 했는데, 대회 끝나고 임대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계속 했으면 아시안게임 끝나자마자 이랜드 등 대기업이 들어오기로 했었는데 아쉽다. 미단시티도 문제다. 리포&시저스그룹이 빠져나가면 큰일이다. 도시공사 부채 상환 압력이 또다시 심각한 재정난을 초래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런 것을 왜 힘 있는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복합리조트 사업도 그렇다. 정부가 공항공사에는 중복 투자해 주고, 미단시티는 고도제한을 풀어주지 않고 있다. 이게 무슨 힘 있는 시장인가. 투자유치도 난맥상이다. 국제적 감각이 없으면 투자유치는 절대 안 된다. 유정복 시장 이후에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도 난 녹색기후기금(GCF)과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했다.

 -중국 유학에서 어떤 것을 가장 많이 고민했나.

 ▶나 자신을 겸손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측근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회였다. 또 잘나갈 때 보이지 않은 것을 보게 됐다. 중국을 제대로 지켜보며 향후 중요한 대중국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힘을 얻었다.

 -지역주민과 인천시민께 감사 말씀은.

 ▶인천시장도 만들어 주시고 4선 의원으로 만들어 주셔서 당의 중진으로 갈 수 있게 됐다. ‘경제수도 인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주셨으면 한다.

 

 # 송영길 프로필

 1963년 전남 고흥 출생

 광주 대동고·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방송통신대 중어중문·일본학 학사

 연세대 초대 총학생회장

 36회 사법고시 합격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제16∼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민선 제5대 인천시장

 먹고사는문제연구소 이사장

대담=한동식 정치부장 dshan@kihoilbo.co.kr

정리=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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