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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역사에서 수도권규제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수도권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인구집중, 도시팽창, 사회기반시설 부족,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수도권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 부동산 가격 하락, 고령화 등 정반대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지방과 도시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수도권규제였다.

 지방과 수도권 균형발달의 정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정책이었다. 물론 수도의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행정복합도시로 규모가 축소됐지만 그 상징성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후임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기관 이전보다 기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려 했으나, 충청권 민심과 박근혜 당시 강력한 대선 후보의 반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지방화정책은 행정부의 이전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골고루 분산시켰다. 국가가 공무원가족의 삶이나 공기업 직원들의 생활지역을 강제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공기업도 기업인데 기업의 본사를 두는 것은 기업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논란 또한 이미 과거의 일이 돼 버렸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심각한 저성장 가능성의 그늘에 가려 있다. 물론 세계적 현상의 일부이고, 중국의 경제성장이 낮아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인 조건들을 모두 제외하고,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검토할 때도 이런 반론이 가능할까?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지금까지 우리가 잘한다고 하는 산업 분야들이 과거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유사한 기술력과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국가들로 넘어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해운·조선산업 구조조정이 그 증거들이다. 결국 중국·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로 지금까지 우리가 자랑스럽게 지켜온 산업들이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세금을 들여 막는다 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미 우리 경제는 국가가 정책을 통해 통제하고 관리할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는 산업을 유도하는 기능에서 기업들을 뒤에서 지원하고,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가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통제하는 기능으로 그 역할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는 정부의 인위적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창의성과 활발한 경쟁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창의성과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그 중에 가장 시급히 폐지돼야 하는 대상이 수도권규제다.

 기업의 입장에서 어느 곳에 회사를 둘 것인가는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 분야에 투자한다면 항만, 공항이 가깝고 풍부한 인력을 배후에 두고 있는 인천이나 경기도를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규제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사내유보금이 많다고 기업들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투자하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수도권규제 폐지 또는 완화로 보인다. 지방 이전이 완료된 공기업이나 민간기업들의 지방시설까지 수도권으로의 이전은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환경을 침해할 가능성은 낮고 일자리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수도권 신설을 과감히 허용해 줘야 한다.

 수도권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분들은 또다시 지역 균형발전을 들고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은 기존의 정책들이 실현되면서 상당히 완화됐고,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의 개발이고,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지로 수도권을 원한다면 그 규제는 해소돼야 한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도시 이전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가는 곳에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야 사람이 오고 경제가 산다는 것이다. 그 기업이 가고 싶은 곳이 수도권이라면 이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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