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용-변호사.jpg
▲ 김재용 변호사
제20대 총선이 여소야대 국면으로 마무리됐다. 선거 전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기세가 등등하고 160석 아니 180석까지 가능하다던 새누리당은 과반수는커녕 더불어민주당에도 뒤지는 제2당이 됐다.

반면 더민주는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밀려 참패했지만 수도권에서는 낙승해 제1당의 위치를 차지했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승리에 더해 정당지지도에서 더민주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아직 원내교섭단체까지는 멀고 소수 의원의 진출로 위안을 삼게 됐다.

 선거가 끝나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참 대단한 연출이고 대단한 작품이다." 물론 감독은 국민이지만. 이제는 헌법 제1조 하면 국민들도 웬만큼 외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도 같은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한마디로 멋지게 자신의 주권을 행사했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멋진 구도를 만들어 냈다. 그것도 예술처럼 만들어 냈다.

 공천 하루 전까지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서 언론에는 알아서 나가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한마디로 제1정당인 새누리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자는 알아서 나가라는 패권주의의 극치였다. 그런데 이것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에서 유승민이 부활하고, 나아가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도록 해 주는 결과가 됐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국민의 강한 심판을 맞아 제2정당으로 추락하는 신세가 됐다. 왜 이렇게 됐는가. 국민을 얕보고 무시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보수정당이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 보수는 안정을 지향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우면 가장 먼저 앞장서는 자는 보수주의자이고, 세월호 사고처럼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자가 보수주의자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보수정당이라는 새누리당과 그 정점에 있는 청와대는 과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가장 앞장서고 있는가? 더민주를 보기로 하자.

아마 이번 총선 결과 한편으로는 제1정당으로 우뚝 서는 뚝심을 보여 준 반면, 정당지지도에서 국민의당에 밀리고 야당의 저수지 역할을 해 온 호남에서 참패하는 창피함을 맛본 이중성을 보여 준 정당이 바로 더민주다.

 더민주의 원류는 해방 이후부터 이어온 보수 중도정당이다. 물론 2000년대 들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저수지 역할을 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진보와 미래의 가치를 보여 준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에 보여 준 국민의 의사는 한마디로 현 정부와 집권야당인 새누리당을 견제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불안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안정시키라는 뜻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의외의 성과를 가진 정당이 국민의당일 것이다. 호남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고 수도권을 비롯, 전국적인 정당지지도에서 지역구 의원의 3배 이상 되는 더민주를 제치고 새누리당 다음으로 위상을 차지한 것이다. 참 국민의 선택은 오묘하다.

그동안 쌓아온 민주주의 가치마저 훼손하는 위험선까지 가는 새누리당에 정신차리라고 한 방 먹이면서 앞으로 제대로 야당 노릇 못하면 못자리마저 뺏어 버리겠다는 듯 국민의당에 표를 줘 더민주를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이제 국민은 인파이팅·아웃펀치 등 권투까지 하고 있다. 앞으로 국회 운영의 키를 쥐게 된 국민의당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편에 서는 색깔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항상 느끼는 것은 국민의 선택은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선 지휘자도 없지만 정곡을 찌르는 선택을 한다. 아마 평소에 너무 아픈 부분이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일치된 선택을 내린 것이리라.

 안도현의 시 한 편이 생각난다. <바람이 부는 까닭>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이파리 수천·수만·수십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더니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