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겪으며 아버지와 형제를 잃고 굶주림을 견디며 가족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와 할아버지·할머니<사진>들의 삶이 농축된 약전(略傳)이 나와 울림이 커지고 있다.

이 자서전은 시골의 고등학생들이 부모와 할아버지·할머니를 인터뷰해 그들의 굴곡진 인생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 위치한 조종고등학교는 4일 오후 학교 누리마루도서관 다목적실에서 학생부모와 학생, 학부모회, 동창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침마루의 그날들 Ⅱ」 출판기념회 및 헌정식을 갖는다.

이 책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시집살이, 남편과 자식을 잃은 슬픔, 농사일·품팔이 등 허드렛일로 생활고를 이겨내려 한 억척스러운 삶과 주인공들의 현주소까지 드라마 같은 인간사가 녹아 있다.

‘늦은 봄’이란 제목으로 가족사를 쓴 이고은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전쟁을 겪은 외할머니의 당시 참혹했던 기억과 생활, 그 후 얼룩졌던 삶의 궤적을 담담히 밝히며, "지금은 고전무용과 노래, 그라운드골프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외할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끝을 맺었다.

참여한 8명의 학생들은 "부모(조부모)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고, 내가 태어났을 때와 나에 대한 기대와 사랑을 말씀하실 땐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속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가족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조종고는 세대 간 단절돼 가는 가족공동체를 복원하고자 ‘가족 삶 쓰기’ 활동으로 자서전 출판을 준비해 왔다.

공의배 교장은 "학생들이 부모님의 살아온 발자취를 대필해 책을 펴낸 것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세대 단절의 주기가 짧아지고, 가족 해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현실에서 진솔함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이 자서전은 더욱 값지고 빛이 나는 특별한 책"이라고 말했다.

조종고는 이날 학생부모와 학생, 학부모회, 동창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졸한 출판기념회 및 헌정식을 갖는다.

가평=엄건섭 기자 gsuim@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