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사망의 사이/ 한 걸음을 두고/ 내일 모르는 일을 살아 있을 뿐/ 실로 깊은 건/ 그 한 걸음이다/ 인생은 다음, 다음 사람으로 이어감에/ 마냥 그 자리지만/ 흔적 없이 사라져갈 너와 나/ 한 걸음을 넘어선/ 어디서 만나리/ 인간은 누구나 사망의 사이/ 한 걸음을 두고/ 인생에 잠시 있을 뿐/ 실로 깊은 건/ 너와 나의 그 한 걸음이다.’

대표적인 서정파 시인으로 인간의 실존적 삶에 대한 근원적인 고독을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한 편운(片雲) 조병화 시인<사진>타계 13주기를 맞아 다채로운 문학행사가 열린다.

안성시는 조병화 시인의 사상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시축제를 시인의 고향 안성, 조병화문학관(보개면 난실리)에서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연다.

조병화 시축제는 현대시 사상에 큰 획을 남기고 타계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시와 기념사업회가 매년 공동 주최하고 있다.

축제 첫날에는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육필 시와 스케치 50여 점을 공개하는 ‘꿈과 사랑의 휘호展’을 시작으로 시인의 철학을 재조명하기 위한 강연회가 열린다.

8일에는 역량 있는 시인을 발굴하고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한 백일장과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 낭송회가 이어진다.

유독 베레모와 파이프를 애용했던 조병화 시인은 무릇 ‘시는 영혼이 잠드는 집’이라며 현실은 현실로, 시는 시대로 따라 살다간 우리 시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다.

조 시인은 1921년 안성에서 태어나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도시적 멜랑콜리와 감미로운 고독의 세계에서 인간의 운명과 존재, 사랑에 대한 통찰을 일상의 평이한 문맥으로 그러내며 많은 독자와 솔직한 대화를 나눠 왔다.

인하대 대학원장과 문인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기도 한 조 시인은 국문훈장 동백장, 모란장, 금관문화장을 받았으며 아시아자유문화상, 상일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버리고 싶은 유산」, 「먼지와 바람 사이」, 「밤의 이야기」, 「어머니」 외에도 시선집 「꿈」과 수필집 「왜 사는가」,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등이 있다.

안성=한기진 기자 sat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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