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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환 인천대 객원교수
철학의 사유는 물질의 존재 자체와 그 존재에 대한 인식이다. 존재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형이상학(metaphysics)’을, 인식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인식론(epistemology)’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이상학’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본질이나 존재의 근본 원리를 사유나 직관을 통해 연구하는 학문"이고, ‘형이상학’의 용어는 기원전 100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 저작물을 편집하던 안드로니코스가 사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는 사물들의 본성에 관한 문제를 다뤘고, ‘형이상학’에서는 더 넓은 의미의 일반적인 문제를 다뤘다. 예를 들면 어떤 기본 물질이 존재하는지, 다른 기본 물질들 간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변화를 일으키는 4종류의 원인을 제안했으며, 논의된 주제들의 일반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1철학(first philosophy)’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러나 형이상학의 연구 영역은 현대 물리학과 현대 화학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물질의 기본적 본성을 다루게 됨에 따라 크게 위축됐다. 일부 철학자들은 순수주의자들에 의해 구성되는 ‘형이상학’이 그릇된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고,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된 현 시점에서 철학의 영역에서 ‘형이상학’의 영역은 거의 다루지 않게 된 반면, ‘인식론’은 좀 더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인식론은 "인식의 기원과 본질, 인식의 형성 과정이나 한계 따위를 탐구하는 철학"이며, 한마디로 ‘지식(knowledge)의 본성에 대한 탐구’이다. 인식론의 핵심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알며, 그것들을 어떻게 아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두 관점은 플라톤과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이다.

 플라톤은 학습이 단순히 잊었던 것을 회상하는 작용으로 봤으며, 새로운 지식은 본유적 지식(innate knowledge)에 대한 발견일 뿐이라고 본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서 증거와 추리를 가장 잘 활용할 성공적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어떻게 지각하고, 추론하며, 기억하는지에 대해 자연적 접근법을 이용했으며, 지각과 기억이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자연적 기능이며 그것들의 작용을 관찰과 실험적 조작으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1862년 빌헬름 분트는 그의 저서를 통해 "자아-관찰이란 의식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으며, …의식 현상들은 무의식적 심리 상태의 구성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지각과 기억에 대해 설명 가능한 경험적 연구뿐만 아니라 마음에 대한 경험적 연구도 수행해야 한다고 봤다.

 20세기 들어 논리적 경험주의자들이나 분석적 접근법으로 지식의 본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으나 20세기 말 들어 자연주의(naturalism), 즉 경험적 정보를 이론화의 설명에 관련시키는 관점이 철학에서 인정받게 됐다. 경험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지식에 관한 전통적인 철학적 질문과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고, 추론하고, 지각하고, 생각하는지 등등에 대한 연구가 신경철학(Neurophilosophy)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갖게 되는 물질에 대한 인식은 뇌의 작동을 통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인식적 능력을 갖게 설계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어떻게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지에 대한 인식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50년 앨런 튜링은 지능의 만족스러운 실천적 정의를 제공하기 위해 ‘튜링 검사’를 제안했다. 튜링검사는 인간 조사자가 글로 쓴 질문을 컴퓨터에게 답을 제출하게 한 후 인간 조사자가 답을 보고 인간이 제출한 것인지, 컴퓨터가 제출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다. 만약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컴퓨터는 튜링검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초보적 인공지능의 검증이다.

 알파고가 두는 바둑의 수는 인간 최고수의 실력보다 뛰어날 정도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은 아직까지 인간의 뇌에 대해 풀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조차도 아직 초보 단계에 있는데, 인간의 뇌 작동을 구현하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어찌 대단하다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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